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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Jun 21. 2020

워킹맘이 수영을 통해 깨달아가는 삶의 이야기

<느려도 끝까지 거북이 수영클럽>을 읽고

퇴사 후, 더 멋진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영차님 추천으로 읽게된 13년차 기자, 워킹맘의 에세이. 직업이 기자이니 글쓰기는 이미 프로일테고, 수영에 대한 고군분투가 담겨있는 글일까..라는 기대로 읽게된 책. 접영을 못하는 3년차 수영인, 수린이(수영+어린이, 브런치 필명) 자기소개부터 정감 돋는다. '저병'(접영을 못하는 병)을 앓는 수영 꿈나무인 저자에게 9페이지부터 공감듬뿍, 읽기 시작.


출산 후 허리 디스크부터 감상선 암 수술까지, 저자의 제법 심각한 건강 이야기에서부터 친정엄마의 딸, 그리고 딸 아이의 엄마이자 일 하는 자아로서의 워킹맘 스토리가 삶의 많은 부분에 대한 고민을 전해준다.


밑줄그은 문장을 나만의 해석으로 재구성 해본다.


# '삶(life)'에 대한 태도 

경력단절 이후 다시 내:일을 시작하면서 꺠달았다. 나의 완벽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나 스스로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겨울 수 있다는 걸 최근에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동일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거나, 나만큼 열심히 일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나의 강점분석 'Achiever(성취)'테마의 주의점을 읽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이 생겼다.

모든 면에서 나는 참 힘을 뺄 줄을 몰랐다. 아니 사실 모든 순간마다 쓸데없는 힘을 들이고 살았다.(p.43)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그랬다. 평범한 집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맏딸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성실하게 부모님 말씀 듣고 성실하게 대학 졸업해 성실하게 취직해 일해야 한다고 배워서 지금껏 10여 년간 하루도 적당히 노는 법 없이 살았다.(p.45)
나는 승산 없는 싸움은 시작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한번 뛰어든 싸움에서는 반드시 끝장을 보고 만다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피곤한 이런 성격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형성됐다. 무엇이든 목표를 정하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목차가 만들어졌다. 갖가지 경우의 수가 자동으로 정리돼 결국에는 그 시기가 언제든 성취하고자 한 걸 끝내 얻어 내고 말았다. 사람 사는 일은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건 나이를 한참 먹은 뒤였다.(p.127)



# 마흔의 커리어 고민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11년을 근무했다. 중간 관리자, 그 즈음에서 커리어 종지부라 생각했던 쉼표를 찍고, 지금은 수평한 조직문화를 가진 셀프 리더십이 필요한 조직에 있다. 이전 일 감각으로 기대했던 OJT도, 사수-부사수의 개념도 없었다. 다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 존중해주고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용기와 지지를 보내며, 충분한 시도와 실패의 시간을 (허락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권한다. 20대 한번도 하지 않았던 커리어 고민을 마흔이 넘어 치열하게 하는 중이다.  

중급반은 외롭다.팔을 풍차처럼 마구 돌려도 앞으로만 나아가면 된다 해서, 그러니까 사실은 '까라면 까라'는게 미덕이라 배워서 꾸역꾸역 앞으로 온 지 10년이다.(중략) 이 정도 살면 인생이 안정적으로 흘러가리라 기대했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음을 깨달은 인생의 중급반들이리라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초급의 눈에는 수영을 제법 할 줄 아는, 그러나 상급반이 보기엔 아직 한참 어설픈, 무엇보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채 성장의 한계를 느낀 중급반들 말이다. (p.123)


상처와 흉터가 주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보니,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성장'이 있었다. 그 지난한 시간의 긴 터널을 지날때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상처가 아물었다는 건 그동안 우리가 겪은 마음고생이 우리에게 주는 훈장이다. 내 흉터를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p.54)
인생의 어떤 순간을 뛰어넘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자라지 못한다.(p.158)
매일 반복되는 하루, 그리고 도처에 매복해 있는 불운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내구성은 정말로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p.181)


# 워킹맘

가끔, 구글포토가 리마인드 해주는 두 아이의 어릴적 사진을 한참 들여다볼때가 있다. 어느새 두 남매는 중1 아들, 초5 딸로 훌쩍 자랐다. 내 키만큼 자라 눈높이가 비슷한 아들과, 신발을 공유하게 된 딸이 문득 낯설기도 한 요즘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한 인생의 증인이 된다는 의미다. (p.80)


다시 내:일을 시작할 때, 등교길에 "우리 엄마 오늘 출근하지 않게 해주세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딸이 안스러웠고, 방학이나 코로나시대 온라인 수업으로 돌봄이 필요한 딸과 함께 출근할 때, 사무실에서 방치되는 시간이 미안했다. 하지만, 이제는 워킹맘 죄책감 말고, 일 하는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레퍼런스 삼게 될 미래의 딸의 모습을 기대하는 단단한 마음을 가져보련다.


나중에 딸이 나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어렸는데, 그렇게 울었는데 나를 두고 수영을 가고 싶었어?'라고.(p.89)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직업이 두 개 라는 얘기다. (중략) 일하는 엄마라는 자리는 늘 생존과 과로사의 경계에 있는 삶이라는 걸 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을까. 퇴근하면 엄마로서 출근 시작. 회사 업무와 집안일 사이에서 늘 마음 졸여야 하는 수비수 같은 자리라 수영은 이제 그림의 떡이다. (p.112)
워킹맘 수영인들이 '그깟 수영'을 절박하게 하려는 이유는 워킹맘을 둘러싼 세상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다.(p.115)


'수영'을 소재로 삶의 많은 다양한 문제를 담담하게, 때론 뼈때리게 써내려간 이 에세이를 많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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