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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May 24. 2020

미래사회 조직의 필요충분 조건, 새로운 리더십 PSM

Practical Self Management 5주 집중 과정

소셜벤처, 씨닷의 페이스북 페이지 모집광고로 접하게 된 Better.Work.Together 아카데미의 Practical Self Management(PSM)과정을 접한건 우연이었다. 임팩트커리어 동기가 일하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고, 같은 소셜섹터에서 다양한 주제로 마주칠 기회가 많은 씨닷의 소개여서 처음부터 신뢰 바탕으로 호기심이 더 생겼던 것 같다.


게다가 Better.Work.Together? 어? 작년 가을, 일정이 바빠진 동료 대신 참여했던 이벤트에서 송이님을 만나고 평소 관심 많던 Enspiral에 대한 소개를 듣고 구입한 책 <Better Work Together>가 반가웠다! 여러명의 저자가 각자의 경험을 다양한 포맷으로 묶어 낸 책으로 아직 시작도 못하고 귀한 저자 사인을 받아 고이 책장에 꽂아 두었던 그 책을 읽으라는 계시일까? 나도 모르게 얼리버드 50%할인 문구에 홀리듯 수강신청 form을 적었다.


대기업 10년 경력을 뒤로하고 사회에서 퇴장했다가 5년 경력단절을 딛고 소셜섹터에서 다시 내-일을 시작하면서 여러 버거운 순간이 있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NGO가 아닌 비즈니스로 이윤추구를 통한 기업의 생존을 이어가는 진저티프로젝트에 조인한지도 어느 덧 일년이 넘었다.


소셜벤처라는 정체성이 낯설었지만,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내-일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설레었고, 조직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제법 가치있는 뿌듯한 마음과 의미있는 만족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쉽지 않은 부분은 '일 하는 방식'이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스스로 일의 범위와 참여하고 싶은 정도, 그리고 스케줄까지도 스스로 정하여 동료와 조율해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 진저티의 일 방식은 직무/직책/부서의 구분이 명확하고, 나의 업무 목표와 범위가 조직에서 주어졌던 과거와 비교하여 가장 적응이 필요한 분야였다. 매일 '이상한 진저티 나라의 앨리스'가 된 스스로를 자책하며.

스케줄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혜영님!
좀 더 깊게 듣고, 충분히 생각을 숙성하는 시간을 갖는게 필요해요. 
해 오던,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려 하지 말고, 좀 더 새로운 눈으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해요. 혹, 실패하더라도 거기에
러닝(learning)이 있을꺼고 그 실패는 '배움'의 의미가 있으니 매우 중요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오히려 혜영님이 실패를 깊이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조인한지 5개월정도 지났을 때,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도움을 청한 자리에서 들은 대표의 조언이다. 당시엔 너무 당황스러워 뭐라 반응해야할지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새로운 일 근육을 만들어지면서 그 의미도 새록새록 마음에 새겨졌다. 


이런 고민의 여정을 지나온터라 PSM과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마법같은 이론과 프로세스와 툴을 '공부하고 배우면' 이런 막막하고 답답한 지금 내 상황에 해결책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나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수평한 조직문화와 셀프 리더십은 어쩌면 나에겐 영원히 낯선 챌린징한 숙제로 남는걸까? 처음 몇 주가 정신없이 지났다. 매주 월요일 2시간, 금요일 1시간 줌콜(zoom call)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서울, 싱가폴, 파리, 호주, 뉴질랜드에서 접속한 다양한 참가자 cohort로 구성된 과정에 매주 개인과제와 팀과제가 주어졌다. 팀도 매주 다양하게 변경되어 여러 다양한 멤버와 팀프로젝트를 진행해보게 되었다.

두 명의 프로그램 리드와 8명의 참가자가 매주 두 번, 3시간씩 얼굴을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느새 4주가 흘렀다. 

이번 4주차 팀 과제는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거였다. 처음엔 도대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각자 바쁜 일과 중, 화~목, 3일안에 무언가 만들어서 금요일 수업시간에 (비록, 파이널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발표를 해야 하는 타임라인이 주어졌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팀원들간 컨퍼런스 콜을 정하는 것도 각자의 시차와 일정을 고려했을 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더구나 이번 과제는 2명도 아니고 4명이 한 팀이니, 어레인지가 쉬울 리 없었다. 그런데, 이런 걱정과 염려가 무색하리만치 매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없던 과정으로, 월요일 수업 마치기 전, 10분간 각 팀에게 시간을 주고 따로 스몰그룹 줌콜로 세션을 나누어 모였다. 무척 막막했는데, 한 명의 제안이 순식간에 팀에 활기와 기대를 불어 넣는 마법같은 순간이 있었다! '지금까지 배웠던 PSM 내용을 담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과정 이후에도 참조하고, 우리도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자. 새로 이 과정에 참여하는 cohort나 관심있는 참여자가 묻고 답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우리는 함박웃음 가득,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액션 플랜, 다음날 줌콜 스케줄을 정하고 헤어졌다. 

본격적인 R&R과 to-do, 그리고 타임라인을 정하기 위한 다음날 콜이 30분도 안 되어 끝났다. 심지어 check-in과 check-out도 충분히 나누며 정서적으로도 매우 편안한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롭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수업 전날, 목요일 오후 최종 점검을 위한 줌콜에서 우리 팀 4명 모두 매우 만족스러운 프로토타입 웹사이트에 흥분과 기대로 다음 날 수업을 기대했다.


Prototype website

https://www.theskycollective.org/


아쉽게도 금요일 수업 직전, 업무로 집에 초대한 학생 저자와의 미팅과 재택근무, 그리고 자녀 돌봄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나의 상황을 last minute 메시지로 공유한 이후, 팀원들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마음이 벅찼다. 물론, 수업 이후 우리 팀 프로젝트 결과, 프로토타입 웹사이트에 대한 열화와 같은 성원은 훈훈한 일화로 전해졌다.   

나에게도 깊은 깨달음이 있었다. 미래 사회, 새로운 조직문화에 진정 필요한 건, 최신 기술이나 새로운 툴, 프로세스보다 사람이라는 걸. 그 모든걸 만드는 것도, 함께 사용하는 주체도 사람이기에 누구와 함께 하는것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보다 훨씬 근본이 되는 핵심임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Medium 포스팅한 영문 원본 글은 아래 참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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