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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Aug 09. 2020

서로의 방으로 이사한 남매

[한달브런치] 남매의 방 바꾸기

10대 두 자녀가 서로 방을 바꾸었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오면서 아이들 방으로 쓸 두 개의 방이 모든 면에서 너무 달랐다. 현관 입구 양쪽에 위치한 방은 우선 남향과 북향으로 햇빛이 드는 정도 차이가 컸다. 두 아이 모두 당시엔 유치원생 이어서 좀 더 큰 방에 침대 두 개를 놓고 침실&옷방으로 사용하고, 남향의 밝은 방을 놀이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의 방이 그렇듯이, 북향으로 난 방 너머에 다용도실이 있고, 안 그래도 해가 적게 드는 북향인데 밖으로 난 창도 멀어서 한낮에도 그 방은 불을 켜야 할 정도였다. 일단, 북향 방은 확장공사를 했다. 밖으로 난 창문을 통창으로 크게 내서 최대한 빛이 들어오도록 했고 방의 사이즈도 더 넓어졌다. 오래된 아파트라 울창한 초록의 나무들이 키가 큰데, 큰 창으로 그린 그린 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워크인 옷장이 꽤 넉넉해 두 아이의 옷도 모두 수납할 수 있었다. 피아노를 방에 놓아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방 사이즈가 여유 있어 좋았고, 거실에 두는 것보다 굳이 방음공사까지 하지 않더라도 좀 더 자유롭게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방이 되었다. 하지만, 겨울철 외풍이 문제였다. 단열 보강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 때 외벽에 벽돌을 두 층 더 쌓고 벤치 겸 수납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짜 넣었지만, 창가 쪽에 둔 침대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온풍기, 라디에이터, 침대 위 난방 텐트 등이 필수가 되었다. 


반대편에 위치한 남향 방은 전체적으로 방의 크기가 북향 방의 2/3 정도로 아담했다. 따로 가구를 넣는 게 부담스러워 일단 붙박이 옷장을 짜 넣었다. 방의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기 위해, 현관 신발장 안쪽의 폭을 반으로 줄이고, 붙박이 옷장을 현관 쪽으로 조금 밀어냈다. 해가 잘 들어 낮에 아이들이 놀기에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남매의 침실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좀 더 큰 책상, 좀 더 많은 책의 소유자였던 첫째 아들의 방을 북향 큰 방으로 정하고, 남향 방은 딸 방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둘째의 불만이 때때로 쌓여 갔다. 피아노를 원할 때 마음껏 연습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큰 아이 방에 피아노가 있어서, 가끔 아들이 동생에게 심통을 부리며 피아노를 못 치게 방에 못 들어오게 했다. 또 친구들이 놀러 올 때면, 종종 오빠의 여유로운 방 사이즈를 부러워하며 질투하곤 했다. 처음, 남매 각자의 방을 정할 때, 매년 방을 바꾸기로 약속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년마다 방을 바꾸는 일은 꽤나 벅찬,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일이었다. 


5년 만에 드디어 둘째가 염원하던 남매의 방 바꾸기를 실천했다. 몇 달 전부터 내내 주장하던 둘째의 의견이 관철되는 순간이었다. 오빠의 여름 방학 8/5일을 d-day로 정하고, 이번 주말을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우선, 두 방의 크기가 차이가 있어 도저히 가구를 이동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책장, 피아노 모두 가구는 모두 그대로 두기로 합의했다. 토요일 오전부터 각자 옷과 책, 짐 옮기기를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조르고, 이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둘째는 부지런히 정리를 시작했다. 이사 때 쓰는 50L짜리 큰 쓰레기봉투를 달라고 하더니,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고민 없이 정리하기 시작.


정리를 통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라고 했다. 내가 그녀의 첫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은 때는, 퇴사 후 주부가 된 2013년, 신랑의 추천으로 였다. 신랑은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추구하는 깔끔하고 정리된 집을 유지하고 싶어 했고 나도 그런 환경을 좋아했지만, 항상 호텔같이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집안 정리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은 내게 늘 후순위였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 곤도 마리에 정리 다큐 첫 장면에 이런 인터뷰 인용구가 나온다. 


It's a never ending battle to fight the clutter.
아무리 치워도 정리가 안 돼요.

그녀가 제시하는 정리 아이템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옷

2) 책

3) 서류

4) KOMONO (부엌, 화장실, 주차장, 창고 등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

5) 추억의 물건 (sentimental items)


오늘 밤이 되기 전에, 이사한 각자의 새 방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까지 정리를 마쳤다. (나는 그동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신랑의 감독(?)하에 대부분 남매 각자가 스스로 버릴 것과 유지할 물건들을 정리했다. 덕분에 훌쩍 자란 아이들의 작아진 옷을 따로 모았고 큰 쇼핑백 너 다섯 개에 가득 담겼다. 필요한 이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주말 내내 1번 정리만 한 셈이다. 책부터 또 차례로 정리해 나갈 생각을 하니 나도 살짝 후련한 기분이 든다. 


오래 미뤄둔 내 옷장 정리도 문득 하고 싶어 졌다. 속옷부터 시작해야겠다. 쓰레기봉투를 준비하고, 과감히! 맥시멀리스트 내 삶의 진짜 변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심플한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자니 너무 요원하고 발상의 전환으로 쓰레기 없이 사는 방법이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일단, (뭐라도)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아래 책을 읽어 보련다.


http://aladin.kr/p/peHFC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보기로 한 실험을 한 가족의 이야기. 읽어보려고 해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강한 자극이 되어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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