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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Aug 10. 2020

창업가의 생존 근육을 위한 조언

[한달브런치] 십 대 딸과의 퀄리티 타임을 가져라.


내가 창업가가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이는 다시 내-일을 위한 재취업을 하면서, 오랜 경력단절에서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직접적이고 강력한 동기였던 '창업'에 대한 내 다짐이기도 했다.


사실 창업, 그 의미나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고 덥석 창업을 다시 내-일의 수단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해결하고 싶은, 깊이 고민했던 문제가 무언지,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한 나만의 솔루션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다만 나의 마케팅 커리어 + 육아 + 여행 경험을 자산 삼아 만들어낼 수 있는 차별화된(당시엔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 돌입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함께 창업과 과정에 참여했던 같은 기수의 엄마 창업가들이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혹.. 내 아이템이 지원사업에 덜컥 선정된다 하더라도 펼쳐나갈 자신감보다 두려움이 훨씬 컸다. 무언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내 아이디어는 필수재 말고 사치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서비스 혜택을 받을 소수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당장 엄마 역할을 조금 내려놓고 엄마 공백을 헤쳐나가야 할 두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또 위기의 순간이었다.


엄마가 되기 이전, 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무엇보다 조직 내 다양한 여러 사업부, 법인, 그리고 외부 파트너 에이전시까지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과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역동이 즐거웠고, 그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워킹맘이 되면서 커리어 우먼인 나의 정체성은 전혀 변함이 없는데, 자꾸 엄마인 나와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프로페셔널, 커리어 우먼인 나의 자아가 충돌했다. 워라밸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일과 삶은 언제나 제로섬 게임처럼 어느 한쪽에 집중할수록 다른 한쪽은 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735881


하지만, 다시 내-일을 시작하며,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20대 대학생과 20~50대 다양한 커리어 서사를 만들어 가는 일하는 여성들과 대화하며 배움을 얻었다. '여성으로서의 나, 나의 일'에 대해 삶과 커리어 여정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안 해보던 고민과 깊은 생각의 숙성을 거친 진짜 일 경험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다운 내-일을 만들어갈 아이디어와 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직원에서 창업가로의 '한 발'을 준비 중이다.


11살 둘째, 딸은 다시 내-일을 시작할 때, 등굣길 현관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했었다.

"하나님, 우리 엄마 회사 안 가게 해 주세요. 일 조금만 하고 집에 있게 해 주세요."


엄마가 출근할 때 함께 사무실에 가고, 회사 워크숍에 함께 따라가 동료의 자녀들과 아이들 캠프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하는 엄마보다 전업주부 엄마를 소원하는 딸.


지난 밀양 워키드샵(workidshop = work with kids+meeting)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SRT 기차 안에서 딸에게 앞으로의 창업 계획을 가볍게 이야기했다. 갑자기 딸이 '버럭' 화를 내며 엄마의 창업에 반대를 선언했다. 엄마가 대표가 되면 지금 우리 회사 oo님(딸도, 우리 대표님을 oo님이라 부름)처럼 더 바빠질 것 같고, 그러면 자신과 보낼 시간이 더 적어질 것 같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할 말이 없었다. 지금도 가족 퀄리티 시간보다 나 혼자만의 책일기 or 글쓰기 시간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이런 딸과의 에피소드를 아는 현재 회사 대표님의 조언을 들었다.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딸과 매일 퀄리티 타임을 2시간씩 가지면 좋겠다고. 아직 많이 어린 아이이지만, 엄마의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나의 고민과 생각들을 충분히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고...

주변에 많은 이들이 나의 창업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심지어 그 필요성에 공감하며 진심으로 기다리고 기대하는 예비 고객/파트너도 있지만, 딸에게 지지를 받고, 응원받을 수 있는 엄마가 먼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러면 그 어떤 누구와도 내 비즈니스에 대해 자신감 있게 대화하고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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