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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년 Jun 16. 2016

허리디스크,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오랜 기간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카페 단골손님과의 인터뷰.

두 달 전, 우연히 카페 단골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어서 최근까지 필라테스를 했다는 단골손님. 필라테스를 하다가 어깨가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손님이 오랫동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손님과의 이야기는 내가 재활을 받았던 메디컬 트레이너의 소개까지 이어졌다. 몇 주 후 우리는(메디컬 트레이너 포함) 카페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메디컬 트레이너와 단골손님은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직후 헬스장으로 향해서 몸 상태를 체크한 후 2주 동안 진행할 몇 가지 운동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단골손님으로 전해 듣고 2주가 흘러갔다. 


2주가 지나고 단골손님을 만났다. 단골손님은 메디컬 트레이너와 1주일에 1회씩 운동을 하기로 결정을 했고,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한 달하고 보름 후, 단골손님이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허리디스크,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무너진 일상이었다. 아프지 않았으면 당연했을 일상적인 부분들이 너무나도 힘들게 되었고, 조심해야 될 것들이 되었다. 아래에 나열하는 항목들은 단골손님이 오랫동안 겪어야만 했던 고충들이다.



1. 세수하기

허리 굽히는 게 힘들다. 세면대를 손으로 붙잡은 후, 세수를 하기 위해 손을 떼는 순간 버티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샤워기로 세수를 하거나 수건에 물을 묻혀서 닦을 수밖에 없었다.


2. 머리 감기

세수하는 게 그 정도이니 머리 감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감을 때는 항상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숙이는 자세를 절대 할 수 없었다. 만약 시도한다면 허리에 무리가가 병원에 가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 앉아있기

서있는 것도 곤욕이지만 앉아 있는 건 더 곤욕이다. 앉는 순간 무게가 허리에 집중되기 때문에 오래 앉아 있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앉아 있는 게 힘들다는 의미는 앉아서 하는 수많은 것들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바닥에 앉기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다.


4. 버스에 앉기

앉아 있는 게 힘들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앉아 있기를 오히려 거부했다. 앉아 있는 것보다 서있는 걸 택했다. 버스가 흔들리거나 급정거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했다. 


5. 화장실 가기

화장실 가서 양변기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앉을 때 참을 수 있지만 일어서는 건 정말 곤욕이다. 화장실에 가는 것 또한 단골손님에게 두려움과 같은 존재였다. 


6. 물 마시기

물을 자주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결과: 허리에 무리가 간다. 

결과의 과정: 화장실에 간다.

원인: 물을 자주 마신다.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 물을 편하게 마시질 못한다고 했다. 



이처럼 허리가 아프면 많은 일상이 무너진다. 밸런스가 무너질까 봐 백팩만 들고다녔던(현재도) 나의 경험과, KTX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했던 분, 스타벅스에서 혼자만 서서 수다를 떨어야 했던 분,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공부를 하지 못했던 분, 회의 시간에 편하게 앉아 있지 못했던 분까지 만나게 되면서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분들의 일상이 얼마나 많이 무너져 있을까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일상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다.




인터뷰의 중반까지 손님이 처음 아프기 시작해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연대별로 들을 수 있었다. 수도 없이 다녔던 병원, 그리고 병원비, 진통제, 구급차 세 번, 휴직, 퇴직, 심적인 고통, 일상에서의 불편함까지 허리가 아파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아주 자세하게 듣게 되었다.


그리고 2주 하고, 한 달하고 보름. 손님이 다시 운동을 시작한 지는 약 두 달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손님에겐 좋은 변화가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 20년 넘게 고생하면서 잃어버렸던 일상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1. 차에 타는 시간이 정말 조심해서 5분이었다면, 3분 정도로 줄었다.

2. 세면대에서 세수를 할 수 없었는데, 얼마 전에 시도했고 조금 버틸 수 있었다.

3. 물을 마음껏 마시고 있다. 이 말인즉슨, 화장실 가는 게 조금 편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4. 움직임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현충일에 가족사진을 찍고 차에 타려는데 어머니가 한 말씀하셨다고 한다. "움직임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5.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허리 때문에 짜증 나는 빈도가 줄었다. 허리든 다른 곳이든 아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몸이 좋지 않은 순간은 정말 많다. 그것 때문에 그냥 정말 다른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답답하다. 다행히 그 빈도수가 조금 줄어들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틀 전에 들은 이야기다. 집안의 더러워진 타일을 2시간가량 닦았는데 허리가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것이다. 누군가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손님을 포함해 나 같이 아파서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정말 감사하고 소중하고 뿌듯한 일이다.




말 한마디,



허리디스크, 누구에나 찾아올 수 있다. 마치 감기와 같다는 허리디스크 명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허리디스크 질환을 앓지 않고서는 그 고통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긴 생각보다 힘들다. 허리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 연인, 심지어 가족마저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그랬고, 손님도 그랬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통해서도 그랬다. 꾀병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파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외에 지인이 있다면, 꾀병 부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괜찮냐는 말 한마디 해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허리디스크, 그들의 일상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손님은 현재 1주일에 한 번 씩 운동을 배우고 나머지 날에는 배운 운동을 바탕으로 셀프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손님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운동을 조금 더 열심히 해서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이다. 손님에게 새로운 목표가 하나씩 생기고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앞으로 지켜보고 싶다. 그녀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지고, 잃었던 일상을 하나씩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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