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핸드폰 때문에 운동도 못했네...
어제 밤 10시 30분, 광진구의 어느 헬스장의 GX룸. 젊은 사람 5명이 각자 운동을 하고 있다. 요가 매트 위에서, 싸이클 위에서, 그리고 맨바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서 말이다. 운동을 하는 건지, 영상을 보는 건지, SNS를 하는 건지, 카톡을 하는 건지 운동을 하는 건지 핸드폰을 하는 건지. GX룸에는 웃음소리와 카톡 울림소리, 통화소리가 섞여 울려 퍼진다.
#운동할 땐 핸드폰이죠?
이 글의 주제를 정하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현재의 나 역시도 운동할 땐 핸드폰에 빠져있는 1인 이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을 하려고 하는 건지, 운동하는 척하려고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운동할 때 핸드폰을 그닥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운동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운동 말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다. 플랭크 자세로 핸드폰 하는 사람, 싸이클 하면서 핸드폰 하는 사람, 그냥 요가 매트 위에 뒹굴면서 핸드폰 하는 사람, 심지어 스쿼트를 하면서 핸드폰 하는 사람까지 봐왔으니 말이다.
휴~ 헬스장에 가는데 효과가 안 보이군...
우리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해도 운동효과를 못 보는 건 단지, 운동 초보여서 일까?, 운동하는 시간이 적어서 일까?, PT를 안 받아서 일까?, 애초에 효과를 보기 힘든 몸이라서 일까?
핸드폰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핸드폰이 운동효과에 치명적인 영향(부정적으로)을 미친다는 아주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아니 우리는 운동할 때 핸드폰에 빠져있고 그만큼 방해를 받고 있다. 아~ 핸드폰...
#핸드폰이 운동을 방해하는 유형은 진화하고 있다?
핸드폰이 운동을 방해하는 유형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 방법에 새로운 방법이 계속적으로 추가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 그 유형은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통화
운동하러 갔다가 통화만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들이 있었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이 흔치 않았던 시절엔 주로 걸려오는 전화에 방해를 받곤 했었다. 심지어 통화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운동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메시지
헬스장에 가면 음악소리와 함께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띵동', '카톡'. 알림이 울리는 순간이면, 핸드폰 화면에 새로운 알림이 뜨는 순간이면 여지없이 눈이 가기 일쑤였다. 횟수를 채우느냐 멈추고 알림을 확인하느냐. 그놈의 알림이 뭐길래 나의 운동의지까지 테스트하고 있네.. 카톡 할 땐 자주 테스트받곤 했다.
SNS
뭐~ 새로운 소식 없나? 재밌는 글들이 없나? 뭔가에 중독된 것 마냥 분 단위로 sns를 확인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유형에 해당한다. 사실 중독된 것 같다... 아.. 페이스북
영상
러닝 머신에 딸려 있던 TV가 핸드폰으로 옮겨온 듯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TV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시청하던 시절이 떠올랐는데 지금은 운동하는 각자의 위치에서 편하게 시청하고 있었다. 요가매트 위에서, 싸이클 위에서, 러닝 머신 위에서.
게임
개인적으로 게임은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요가 매트를 가지러 가거나 운동 기구들을 가지러 갈 때 다른 사람의 핸드폰 화면에서 자주 본 것 같다.
처음엔 통화에서 메신저, 그리고 SNS와 영상, 마지막으로 게임까지. 순서는 정의할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에 방해를 받고 있다. 핸드폰에 어떤 기능이 또 추가될런지. 아.. 핸드폰...
#핸드폰은 운동하는 시간만 빼앗는 것일까?
(운동할 때) 핸드폰을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운동하는 시간을 빼앗는 정도로 해석되지 않는다. 핸드폰은 운동의 집중력을 (아주 심각하게) 방해한다. 사실 운동의 효과를 따져보기 위해선 '일주일에 운동을 몇 번이나 가는지', '운동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도 체크해봐야겠지만,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운동할 때 얼마나 집중하는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타바타 운동이나 짧은 시간에 고강도로 운동하는 방법들이 '운동 효과'의 키워드와 함께 대두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타바타 운동이나 짧은 시간의 고강도 운동을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운동 방법의 이면에 '운동에 대한 집중'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운동하는 순간에 지나칠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자세로 하고 있는지', '근육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수축할 때 수축되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이완할 때 이완하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어떤 부위에 자극이 가고 있는지', '호흡이 잘되고 있는지', '몇 번 하다가 자세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몸뿐만 아니라 내 머리와 마음 또한 운동하는 순간에 집중되고 있어야 한다. 단지 자세만 흉내내면 되는 것도 아니고, 동작만 따라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생각보다 지나칠 정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 핸드폰은 운동하는 그 순간의 집중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운동을 하다 보면 방해 요소가 없어도 운동과 내 몸에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게 쉽지가 않다. 독서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방해 요소가 없더라도 독서와 그 책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방해 요소가 없어도 운동과 내 몸에 집중하는 게 어려운데 핸드폰이 있으면 어떨까?
중요한 업무를 방해받은 후에 다시 시작하려면 심리적인 전환을 하기까지 많게는 45분 정도가 필요하다._'4시간' 에서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전화라도 오면 전화를 받아야 하고, 전화를 받은 후에 원래 하던 운동에 다시 집중하려면 45분은 아니더라도 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로 할 것이다. 하고 있던 운동이 어떤 운동이었는지 까먹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일 것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카톡, SNS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하거나, 운동 영상들을 보면서 운동하거나, 타이머 기능을 사용하면서 운동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내가 다니는 헬스장의 대부분의 사람은 핸드폰으로부터 방해를 받고 있었다. 스스로도 반성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핸드폰에서 벗어나 그 순간이 집중하면?
핸드폰의 방해로부터 벗어나면 몇 가지 장점들이 있다. 즉, 운동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면 기대해볼 수 있는 장점들이다.
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운동시간에서 핸드폰 사용하는 시간을 빼고 다시 집중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빼더라도 비슷한 양의 운동을 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2시간에 할 운동 1시간 안에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핸드폰에서 벗어나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도 있다. 운동에 집중하는 것은 내 몸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세, 동작, 내 몸의 움직임, 그 움직임을 체크하기 위해 내 육신뿐만 아니라 내 정신도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세나 동작을 하는 것 이상으로 그 순간에 집중하면 이전보다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골반 스트레칭 하나 하더라도 그 동작에 집중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운동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핸드폰으로 고생해봤던 1인으로서 몇 가지 시도를 해봤고 핸드폰을 쓰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핸드폰은 옷 장안에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처음엔 초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연락도 잘 오지 않는 핸드폰에 혹여라도 연락이 와있을 까 봐 탈의실을 들락날락했다. 급기야 옷장 안에서 꺼낸 적이 자주 있었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수업 종류의 운동
헬스장에서 하는 웨이트 운동 말고도 요가, 크로스핏, 필라테스 등 수업 형태로 진행되는 운동들도 많다. 경험해본 건 요가 하나지만, 그 수업 중에는 핸드폰을 만질 시간이 없었다. 운동에 집중해야 했었다.
해야 할 운동을 핸드폰에 입력해가기 & 쪽지 이용하기
오늘 해야 할 운동의 종류 횟수, 세트수, 순서 등을 적어갔다. 추가로 예상시간을 적어 놓고 진행한 적도 있다.
핸드폰 메모장 혹은 쪽지에 적어가서 이용하는 것만으로 핸드폰의 유혹에서 벗어나 운동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식하기
다른 방법들을 제외하고 지금 고수하고 있는 방법이다. 운동할 때마다 의식하면서 핸드폰 사용시간을 줄여가고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의 주제를 잡고 마무리하는데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 잡고 온전히 집중해서 써 내려갔다면 조금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핸드폰과 인터넷에 켜진 다른 창들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작성하는 기간 동안에도 헬스장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죄책감에 핸드폰 사용은 최소화했다. 이 글을 작성하고 발행을 하는 순간부터는 핸드폰을 옷 장안에 넣어둬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운동할 때 핸드폰. 옳다, 옳지 않다를 따지는 건 아니다. 단지,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핸드폰이 방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고 스스로도 반성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헬스장에 간다고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 간다고, 오랜 시간 운동한다고, PT를 받는다고 운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운동하는 시간에 운동과 내 몸에 얼마나 집중하는 가가 운동의 효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일은 핸드폰을 옷장 안에 두고 운동해야겠다.
P.S. 다른 종류의 운동은 해당되지 않을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면서 느꼈던 바를 정리 한 내용이니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도서
4시간(티모시 페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