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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년 Apr 21. 2016

오감을 깨우는 아침 조깅

아침 조깅은 오감을 깨웠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전날인 토요일, 12시간 카페 근무로 깊은 잠에 빠졌다. 아니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해야겠다. 그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깼다. 침대 옆자리엔 늘 그랬듯 익숙한 노트북이 놓여있다. 습관처럼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또 이렇게 피곤하게 시작하겠구나... 오랜만에 조깅 갈까? 아니면 무한도전을 볼까?

조깅을 하면 스트레칭도 하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쾌함을 택할까? 웃음을 택할까? 조깅할까? 아니면 무한도전을 볼까?'


그래 일단 나가자


핸드폰, 유튜브, 김필의 '다시 사랑한다면', 이어폰, 차례차례 준비한 다음 달리기 시작했다. 15분쯤 달렸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매일 이어폰을 꽂고 달리지.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들어보자'


그때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깅이 끝나고 배고프기 시작했다.


단지,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깅은 매력적이었다.








비온 다음날 어린이 대공원

#오감을 깨우는 아침 조깅


건강상의 이유를 떠나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깅은 매력적이었다. 15분 정도 런닝을 하고 이어폰을 빼고 걸었다. 


그때부터


그때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이동을 할 때, 운동을 할 때, 런닝을 할 때 습관처럼 끼고 다니던 이어폰을 뺀 순간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바람이 부는 걸 다시 한 번 인지 할 수 있었다. (어린이 대공원이라) 새소리도 들렸고, 숲에서나 들을 수 있는 '숲 속의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단지 이어폰을 뺐을 뿐인데.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 없이 지나가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 따라 늘어선 꽃과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노부부, 운동하는 할아버지, 운동하는 아주머니들, 산책 나온 가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만 스쳐갔던 그런 풍경들을 적어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휴식차 걷다가 다시 달리는 순간 내 몸의 움직임이 더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악에 의존해 달리기만 했던 나의 정신이 내 몸의 움직임에 좀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발바닥과 지면의 마찰,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의 움직임에 팔 동작까지. 


그때부터 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운 좋게 내가 조깅하는 장소는 어린이 대공원이기에 꽃, 나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동물원 옆을 지나갈 때는 동물 냄새와 변 냄새 까지. 다행히 이어폰을 뺀 건 동물원을 지난 후였기에 변 냄새는 크게 인지 하지 못했다. 모든 걸 느끼려고 한 순간부터 꽃과 나무의 향, 숲의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조깅이 끝나고 배고프기 시작했다.

조깅이 끝나고 글을 적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이어폰을 빼고 조깅을 하는 순간, 나는 '오감'이라는 키워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조깅을 하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은 확실히 느꼈지만, 미각은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삼키는 침 빼고는 말이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마시는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즐겨 먹던 과일 주스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만개하는 튤립을 보는 순간 나는 생명력을 느꼈다.

#살아 있음을 느끼다


가끔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 나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을 떠올려봤을 때 고민을 안고 조깅을 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살아 있음을 느낀 것 같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냥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나는 나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오감'이다. '오감'까지 아니어도 '사감'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조깅이 오감을 하나하나 깨우는 순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문득 작년에 갔었던 제주도 여행이 떠올랐다.


제주도 월정리 해변, 해가 저무는 바닷가에 혼자 서 있었을 때 내 기분의 키워드는 '생명력'이었다. 눈에 보이는 해변, 바람 소리, 바다 냄새, 그리고 뭔가 모를 전율과 배고픔. 그때를 떠올려보면 나의 오감이 작동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조깅을 하면 오감이 발동해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을 더 찍을걸... 이미지 재탕

#조깅: 지친 일상에 생명력을


살아있다는 감정은 되게 설레고 좋다. 하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성취감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기엔 더더욱 느낄 수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떠났던 조깅은 짧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그러한 시기라면 날씨 좋은 요즘 조깅을 추천하고 싶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에도, 아무 때나 상관없다. 공원이어도, 주변 학교의 운동장이어도, 달릴 수 있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혼자 나가서 달리는 그 순간, 오감을 느끼며 온전히 나의 생명력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조깅은 매력적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문장을 작성하는 지금 야간 런닝 후에 맥주가 떠올랐던 기억이 난다. 미각이 발달했던 그 기억...





Workout Motivator Jin

삶에 있어 운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전하고 사람들이 운동을 생활화하는데 동기 부여하는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 발행한 새로운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incafe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본딴

매거진 '카페에서': 사장없는 카페에는 내가 할 일이 많아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카페 매거진. 훗날 카페를 할지도 모르니. 카페준비하시는 분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매거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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