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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03. 2020

에어비앤비에 60만원 쓴 후기

저는 호텔 가려구요...

 경기도의 어느 시로 출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 맡아보는 프로젝트라 바짝 긴장한 상태고, 이 프로젝트가 끝나야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사실 여기서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출장지로 출퇴근을 하려면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나가야 하고, 집에 가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립니다. 이 생활을 2주 정도 해보니 못해먹겠더라구요. 안 그래도 누구나 인정하는 저질체력인데 매일 새벽에 일어나고 하루에 4시간을 운전하려니 날이 지날수록 피골이 상접하더랍니다(실제로 3키로 빠졌음).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하고 출장지 근처 숙소를 찾아봤습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 호텔을 가려고 했으나 근처에 호텔이 별로 없었고 있더라도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있어서 숙박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남은 선택지는 모텔밖에 없었으나…


 저는 모텔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안 그런 모텔도 많겠지만 제가 가본 모텔은 다 어둡고 답답했습니다. 용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우습기도 합니다. 어둑한 조명, 좁은 방 안에 가득 들어찬 침대 하나, 붙박이 데스크, 가끔 소파나 작은 탁자가 구석에 놓여있죠. 방 전체에 청소용품 냄새 혹은 담배냄새가 풀풀 풍기다 보니 강한 냄새에 예민하고 담배냄새를 혐오하는 저한테는 그 공간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졌습니다.


 모텔에서 자는 건 싫어서 곤란해하고 있던 바로 그때 에어비앤비 생각이 났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들이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거니까 모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회사에 전화해서 에어비앤비에서 숙박해도 비용 지원이 된다는 걸 확인하고 바로 숙소 고르기에 돌입했습니다.

 

   10월 한 달간 에어비앤비를 통해 10박을 했고, 약 60만원을 썼습니다. 여러 숙소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한 주에 한 숙소씩, 총 3개의 숙소를 예약했고요. 짧게나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불편한 검색 서비스

 저는 숙소를 찾을 때 목적지 혹은 목적지 근처에 있는 랜드마크를 검색합니다. 예를 들면 '광화문', 'OO시청'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그렇게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와요! 에어비앤비에 광화문을 검색해보겠습니다.


 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 정말 광화문 근처에 숙소가 하나도 없을까요? 아닙니다. 광화문이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라고 검색해보면,


 이렇게 300개 이상의 숙소가 검색됩니다. 이중 몇 개는 광화문 근처에 위치하겠죠? 저는 숙소를 검색하기 위해 제 목적지가 어느 동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해당 동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동의 이름까지 알아보고 여러 번 검색해서 숙소를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불편했냐면,


'광화문'을 검색했을 때 바로 그 근처에 있는 숙소들이 나열되는 타 숙박 어플


 저는 그동안 바로 이런 편리한 어플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텔 말고 사람 사는 집에서 자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쓰더라도, 더 편한 곳을 찾아 그곳에서 자고 싶었어요.



에어비앤비 때문에 신용카드 만들다

 숙소를 고른 후,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결제가 신용카드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제가 어플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체크카드로 시도했는데 알고 보니 신용카드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회 초년생이기도 하고 신용카드를 쓰면 돈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신용카드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싶어서 하나 만들었답니다. 얼마나 모텔 가기 싫고 집다운 집에서 지내고 싶었는지 아시겠죠! 이건 여담인데 삼성 신용카드 배송 금방 되더라고요. 신청한 다음날에 바로 왔어요. 아무튼 결제 때문에 상당히 곤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친절한 상담

 제가 프로필 생성이나 결제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는데 그때마다 상담사분이 정말 친절하게 도와주셨어요. '나는 당신이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라는 게 느껴졌고 제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들을 해결해주려고 많이 신경 써주시는 게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뭔가 이제야 칭찬 하나 던지는 것 같지만 이런 서비스는 정말 좋더라구요!



멋진 숙소

 에어비앤비에는 정말 많은 숙소가 있어서 숙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묵었던 숙소들은 공간과 뷰가 정말 멋졌어요.

분위기 맛집
뷰 맛집
야경 맛집

 아무래도 출장이다 보니 숙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적었는데 그게 아쉬울 정도로 숙소들이 예쁘고 좋았습니다. 청소도 열심히 하시는지 엄청 깨끗하더라고요. 저는 새로운 환경에 가보는 걸 참 좋아해서, 굳이 집을 사지 않고도 여러 집에서 지내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지내보니 자잘한 부분들이 불편하기도.

 지금부터 말씀드릴 부분들 또한 숙소마다 편차가 큰 부분들이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제가 겪은 내용들이니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묵었던 세 곳 모두 오피스텔이고 저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주차가 유료였습니다. 처음 두 숙소에서는 건물 앞에 노상 주차를 할 수 있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빙빙 돌다가 주차를 했어요. 아침 7시에 출근했기 때문에 무료 주차가 가능했습니다. 세 번째 숙소에는 근처에 무료 주차장이 없어서 돈 내고 주차했습니다.


 또, 세 번째 숙소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퇴근하고 와서 세탁기를 돌렸는데 세탁기 문이 안 열리는 거예요! 그래서 탈수 대여섯 번 해보고, 다시 세탁도 돌려보고, 아래쪽 배수구 뚜껑도 열어서 물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보고 하여간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는데 안 열려서 다음 날 아침까지 방치했습니다. 세탁기 안의 축축한 옷감들을 그대로 오래 두려니 너무 찝찝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출근해야 하는데 세탁기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어서 한참 검색했습니다. 세탁기 문을 두들기면 열리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속는 셈 치고 문을 쿵쿵 두들겼어요. 그랬더니 바로 열리는 거예요. 제가 검색해서 열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수리 기사님을 부르고, 수리하고,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겠죠?


 그리고 보일러가 고장 나기도 했습니다. 전원 버튼을 100번 눌러도 안 켜져서 포기하고 찬 물로 씻었어요. 이런 부수적인 불편함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장단점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좋았던 점

1. 모텔 느낌이 없고 진짜 집 같아서 편안해요

2. 여러 집에서 살아보는 것 같아 즐거워요

3. (케바케지만) 공간이 예쁘고 청결해요

4.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아쉬웠던 점

1. 검색 기능이 불편해요

2.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어요

3. 직접 지낼 때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다음 주는 어디서 잘 거냐면요

 에어비앤비에 60만원을 쓰고 난 뒤 저는요, 최대한 근처의 비즈니스 호텔을 알아보거나 정 없으면 싫어도 그냥 모텔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퇴근 늦게 하고 숙소에서는 잠만 자면 되죠 뭐.


 하지만 출장이 아닌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방을 잡고 노는 거라면 에어비앤비를 가끔 이용할 것 같아요. 숙소도 엄청 다양하고, 진짜 사람이 사는 집이거나 적어도 집같이 꾸며놓은 공간이라 편안하니까요.


 여기까지 저의 에어비앤비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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