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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10. 2020

피드백해주고도 욕먹는 방법

시간 들여 해준 피드백, 똥 되지 않게 하려면?

 어느 회사건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업무가 있다면 바로 미팅과 미팅과 피드백일 것입니다. 저는 오늘 그중에서도 피드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영상을 하나 만들고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네 분이 참석해서 같이 제가 만든 자료를 보고 피드백과 함께 더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브레인스토밍 하는 자리였는데요. 먼저 영상을 보여드리고 "어떠셨나요?" 물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고생했다는 말 먼저 해줄 줄 알았는데(저희는 영상팀이 아니고 그나마 제가 영상 프로그램을 조금 다룰 줄 알아서 저에게 떠넘겨진 부가 업무였기 때문에) 영상이 끝나자마자 다들 아주 진지하게 영상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저는 유리멘탈이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식은땀이 나요. 세 분이서 와다다 쏟아내시는데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한 분이 "만드느라 고생하셨네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한 마디가 그렇게 힘이 되고 울컥하더라고요. 화상회의여서 다행이지, 회의실에서 진행했다면 제 빨개지는 얼굴과 눈물 그렁그렁 맺힌 눈을 천하에 공개할 뻔했어요. 그리고 여러 아이디어들을 주셨는데, 다른 분이 했던 말 조금 다르게 표현했을 뿐인데도 더 귀에 쏙쏙 들어오고 '이 아이디어 좋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그 말을 시작으로 그제야 다른 팀원분들도 고생했다, 이거 어려운 건데 그래도 잘했다 말씀해주셨는데 그땐 이미 늦었어요! 수많은 피드백들을 받으며 진작에 지쳐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그걸 해내려면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해가지고… 그래도 어려운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 격려가 와 닿지 못했습니다. 


 이제와 변호하자면 저희 팀원분들 따뜻하고 똑똑하고 아주 성실한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더 좋은 결과물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피드백 주셨다는 걸 잘 알아요. 알지만 그 자리에서는 좀 서러운 것도 사실이었어요. 왜냐하면 저에겐 주어진 리소스(시간, 인원) 안에서 최선의 아웃풋을 냈던 거였거든요. 


 이렇게 저는 업무 특성상 무언가를 제작한 후에 피드백을 받는 일이 많아요. 여러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듣고, 뜯어고치고, 다시 피드백받는 일을 반복하면서 피드백 하나에 업무 능률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휙휙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또 저도 피드백을 드리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고요. 다른 팀원의 작업물에 피드백을 하거나 저 다음으로 들어오신 분들에게 업무를 가르쳐드릴 때 아래 나온 방법들을 사용했는데 피드백에 대한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저 말 몇 마디, 시간으로 환산하면 길어야 몇 분 짜리인 피드백이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요? 저와 제 자료가 더 발전할 수 있게 도왔던 피드백은 어땠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피드백의 시작은 이렇게

 수많은 피드백을 받아보면서 가장 베스트라고 느꼈던 피드백의 비결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한 마디인데요. 피드백을 시작할 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만드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수고 많으셨어요."


 아무리 봐도 마음에 안 들고 허술해 보여도 우선은 그 사람이 해온 노력에 대해 피드백을 주면 좋겠어요. 결과물의 가치를 판단하기 전에요. 업무를 일부러 엉망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기본적으로 노력을 해서 결과를 만들었을 거잖아요? 그 노력에 대해 한 마디 해주는 거지요.


 '네가 이걸 만드느라 고생했을 걸 잘 안다'라는 메시지만 있으면 이후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거나 아예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덜 좌절할 수 있어요.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요. 아주 적은 노력으로 정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멘트예요.



 긍정적인 피드백 먼저

 마음먹고 찾아보면 칭찬할 부분이 있긴 있을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요. 


"폰트를 그걸 쓰니까 더 감각 있어 보이네요" 

"저번보다 목소리가 더 밝아져서 훨씬 듣기 좋아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다음에 줄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게 만들기 위함이에요. 처음부터 냅다 이거 별로다, 저거 고쳐라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삔또가 상하기 때문에 잘 안 들려요. '지가 해보던지', '니가 뭘 알아? 알지도 못하면서'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거든요. 


 그래서 우선 칭찬을 통해 마음을 열어주는 거예요. '나는 네 작업물(결과물) 충분히 존중하고, 신경 써서 보고 있어'라는 느낌을 충분히 주는 거죠. 



비판적인 피드백에는 대안을 함께 제시

 이제 가장 중요한 순서예요. 칭찬으로 마음을 충분히 열어놨다면 이제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겠죠? 이전 단계에서 노력을 충분히 알아주고, 잘 한 부분에 대해 칭찬함으로써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단을 잘 닦아놓았다면 이제 어려울 건 없어요. 내가 보기에 부족한 부분, 바꾸면 좋을 부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콕콕 집어서 말씀해주시면 돼요. 


 비판적인 피드백을 더 잘하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인데요. 무작정 "이건 별로예요" 보다는 "이 부분은 신선한 느낌을 표현해야 하니까 노란색보다는 초록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처럼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주는 게 더 와 닿아요. 


 또 이 대안 제시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결과물이 그 사람에게는 최선이기 때문이에요. 나름대로 머리 싸매고 고민한 결과물이라서 더 나은 최선을 찾는 게 참 어렵습니다. 생각을 전환하는 게 참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신선한 말 한마디에 또 번쩍 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더라도 다른 것을 내밀어서 생각을 바꿔주는 게 참 중요한 작업이에요.


 만약 너무 별로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도 조금 더 생각해보고 아이디어 드릴게요" 또는 "이 부분 회의 끝나고 저랑 같이 더 생각해서 개선해봐요"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이때 당연히 비하는 하면 안 되겠죠? 왜 이렇게 못하냐느니 차라리 OO이 더 잘하겠다느니 이런 예의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기본이에요. 그의 능력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해요. 면접이 아닌 이상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려우면 이거 하나만 지켜주세요

 앞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습관으로 만들려고 하면 쉽지 않을 거예요. 해오던 가락이 있으니까요. 그럴 땐 다음 문장만 기억하세요. 피드백 시작할 때 "~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이 한 마디 해주는 것, 이거 하나만이라도 지켜주시면 90% 성공적인 피드백으로 만들 수 있어요.


 뭔갈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피드백도 참 어려워요.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두 가지 상반되는 조건을 충족하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피드백 없이는 발전도 없으니 우리 조금 더 똑똑하게 피드백해서 두 마리 토끼 다 잡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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