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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Mar 09. 2022

확진자들이 좀비처럼 몰려와 투표할 줄 알았지

나의 유일무이한 확진 투표기

 오늘은 나의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자 대선 투표 날이었다. 앞으로 살면서 투표할 날은 많겠지만 이렇게 어수선한 시국에 격리당한 바이러스 감염자로서 투표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 특별히 기록해둬야지.


 동거인의 회사 상사가 확진된 날부터 내가 확진 판정받기까지 다녀온 곳이라곤 보건소와 병원뿐이었다. 그러니까 보건소와 병원 다녀온 걸 제외하면 12일째 집에만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도 최근 7일은 격리했으니 밖에 나오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격리하고 나니 봄이 왔더라. 방바닥이 아닌 거친 땅을 밟으니 멀미가 났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몰려 줄이 길어질 것 같아서 빠르게 움직였다. 확진자 투표 시간은 오후 6시부터 7시 반. 6시에 딱 맞춰 투표소에 도착했다. 외출을 허락받은 확진자들이 좀비처럼 몰려나와 으어어어 거리며 길게 줄 서있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에는 정상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뿐이었고 내가 2등이었다.


 투표소 직원들이 마치 보건소 직원처럼 방역복에 페이스 실드까지 겹겹이 입고 확진자들을 조심스레 맞이했다.


“혹시 그…거세요?”


하고.


 ‘라니마치 볼드모트가  기분이었다. 코로나에 걸린  자랑할 만한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름도 부르면   정도로 추악한 것도 아니지 않나? 속으로만 흑흑 대며 “ 맞아요하고 문자를 보여드렸다. 비닐장갑을 양손에 단단히 착용하고 아프지 않은  늠름히 걸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휴대폰 pass 앱에 저장된 운전면허증을 보여드리고 투표권을 받았다. 도장을  찍고 투표함에 표를 넣었다. 사전투표날 확진자들의 표를 투표함이 아닌 다른 곳에다 받아서 논란이 되었었는데 오늘은 정상적으로 투표함에 넣을  있었다.


 투표하는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 끝날 줄이야. 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면서도 씁쓸했다. 투표할 만큼 기운이 나서 다행이면서도 이미 확진이란 사실에 조금 불행했다. 격리 해제  잠깐의 외출은   없이 싱겁게 끝났다. 앞으로 펼쳐질 5년도 지나고 보면 잠깐이겠지. 별 일 없이 후루룩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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