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머 Sep 13. 2022

체력이 전부란다.

 노화는 25세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만 25세인 올해 들어 부쩍 느끼는 게 바로 '체력의 중요성'이다. 아니. 아니다. 체력은 중요한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체력은... 전부다.


 몸이 너무  좋아졌다는  깨닫고 요가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요가원에 가는  아니고 그냥 거실에 매트 깔아놓고 50 정도 따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작 났던 건강을 조금씩 주워 붙이는 중이다. 세 달 가까이 해보니 이제 알겠다. 체력이 전부구나.


 같은 일이라도 체력이 있을 때와 바닥났을 때 내 반응이 다르다. 예를 들어 뭔가 부담스러운 걸 해내야 하는 상황일 때,

체력 있는 나: 부담스럽긴 한데 에이 뭐 해버려야지 뭐.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체력 없는 나: 아 진짜!!!!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야!! 하기 싫어 죽겠네.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받아. (이러다 안 해버리는 날도 부지기수)


 이렇게 차이가 나 버리는 것이다. 22세 이후의 나에게는 거의 늘 체력이 없었기 때문에 체력 없을 때의 내가 나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조금씩 운동을 하고 어느 정도 생존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기르고 나니 가끔 내가 새로운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화났을 남자 친구의 말이나 행동도 체력이 좋아지고 나니 오 쟤 저렇게 하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별 생각 안 하게 된다. 나만 챙김 받고 싶었던 광기(?)에서 벗어나 내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솔솔 든다.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다가도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싶다.


 요가를 시작한 뒤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다가 요즘 갑자기 약속이 연속으로 잡혀 못하고, 밤늦게까지 놀다 들어오고, 잠도 부족하게 자다 보니 고새 몸이 또 흐물흐물해진다. 몸만 흐물대면 그나마 괜찮은데, 멘탈도 같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게 정말 마음에 안 들면서도 또 신기하다. 몸과 마음은 하나구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고, 썩은 신체에는 썩은 정신이 깃드는구나...


 노화를 체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전에는 힘들 때면 단지 마음이 약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라서 견디기 어려운 거라고. 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이 힘들 때 이렇게 생각한다. '나 지금 체력 바닥났구나.'


 어른들이 체력 분배를 잘해야 한다느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느니 할 때 공감하지 못했었다. 좋아하고 재밌는 일은 열심히 하면 되지 않나? 잴 게 뭐 있나? 그런데 이제 알겠다. 오늘 잘 분배하지 않으면 다음 날이 힘들고, 힘든 날들이 쌓이면 인생이 통째로 버거워진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줄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내 체력의 한계가 어디인지도 점점 알게 된다. 내 한계 안에서 나를 잘 굴려야 한다. 그렇게 노련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증말 더럽게 피곤하지만... 운동을 할 것이다. 하고 자야지.

작가의 이전글 타임어택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