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
매장을 운영하면서 최악의 선택을 한 케이스이다.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 매니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아는 친구의 매장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 대형 음료 쇼케이스가 있는데 구입가가 8천만 동이고 약 3개월 사용한 것인데 3천5백만 동에 처분하고자 하니 한 사장님이 구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실은 공감 매장에 음료 쇼케이스가 작아 고객이 음료를 몇 개만 빼내고 나면 다시 채워 넣어도 다음 손님은 아직 완전히 시원해지지 않은 음료를 가져가시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여 난처한 경우도 있어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림에 보이는 대형 냉장고는 바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매장에서 사이즈를 재고 매장기기 재배치 등을 고려한 후 구입을 통보하였다. 이틀 뒤 냉장고가 배달되었는데 크기가 예상보다 커서 매장의 입구 유리를 임시로 제거하고 들여놓은 뒤 다시 유리를 설치할 정도로 대형공사가 필요했다. 그래도 바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을 모셔와 설치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고, 매장이 뭔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가지며 기기도 싸게 사고, 매장도 멋있어졌다고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설치 후 하루가 지나 매니저로부터 '냉장고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와서 한 번 봐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매장으로 달려가 보니 온도가 정말 15도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 냉장고를 설치한 기사가 와서 체크를 하더니 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냉장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보니 계속 기기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3개월 사용한 것일까?’ ‘그런데 왜 온도 조절 등 센서를 사용하는 설명도도 없지?’ ‘또 이런 문제가 자꾸 생기면 어떡하지?’ 등등의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다음날 냉장고는 상온고가 되어 있었고 기기를 납품한 매니저를 불러 원인을 찾아내고, 고치지 못하면 다시 가져가라고 호통을 쳤다. 그랬더니 그 매니저는 ‘여기 매장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라며 에어컨을 좀 더 틀어 내부공기를 차갑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대책을 말했다. ‘야! 그럼 에어컨으로 냉장고를 식히라는 말이냐!’ 화가 치밀었지만 우선은 대책을 세우는 게 먼저였기에 긴급용으로 구매해 놓은 대형 선풍기를 넣고 실내 공기를 조절하기로 했다. 기술자가 다시 와서 수리를 하고 나니 조금은 정상화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가까스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KNG Mall에서 날라 온 전기료 고지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기료가 냉장고 입고 전의 이전 달과 비교해서 9백만 동이나 올라간 것이었다. 이건 냉장고가 아니고 전기 먹는 기계인 셈이다. 결국 결단을 내려야 했다. 기존에 작은 냉장쇼케이스를 다시 배치하고 이 냉장 쇼케이스는 상온 전시용으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걸 빼내서 창고나 다른 곳에 갖다 놓을 수도 없었고, 그럴 곳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유리문을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해서 그냥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시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한 달 후 매장 전기료를 받아 보니 1천만 동이 다시 줄어들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베트남에선 절대 기계나 기기, 심지어 핸드폰 등도 중고를 절대 사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런 거금을 들여 사면서 그런 검토조차 하지 않은 내가 밉기까지 했다. 베트남에서는 기계를 고치러 가면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해 주면서 비싼 좋은 부품을 바꿔 놓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삼성 핸드폰, 노트북 등 문제가 생기면 절대 일반 수리점에 맡기면 안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후, 노트북 배터리 잭을 바꾸러 일반 수리점에 갔는데 노트북을 놓고 갔다가 다음 날 찾으러 오라는 말을 듣고 교체를 포기하고 들고 나온 적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중고인 줄 알면서도 제대로 파악해 보지도 않고 싸다는 말에 혹해서 입고를 지시한 것을. 필요와 계획에 의해 준비되지 않은, 순간의 욕심 때문에 너무 큰 교육비를 내고 말았다. 베트남에선 절대 중고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정말 베트남에선 싼 게 비지떡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