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Jun 05. 2024

배려를 이용하는 베트남인

베트남 너무 정 주지 마세요

 베트남에 처음 입국하여 길거리에서 느끼는 그들의 환한 웃음과 "Hello"라고 살갑게 건네는 짧은 인사에 '이곳은 편할 수 있는 곳이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만나는 처음 보는 아이들도 수줍어하면서도, 당당하게 영어를 할 줄 안다는 표정으로 내게 "Hello" "Where are you from?"을 당당하게 건네는 모습을 보면 인간미가 넘치는 것을 느끼곤 한다. 매장에서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보면 다가가 말도 걸어볼 수 있고, 등도 토닥거려 줄 수도 있고, 아이의 엄마는 내게 아이를 건네 안아보라고도 한다. 정말 내가 자라났을 때나 가능한 일들이 여기 베트남에선 지금도 쉽게 이루어진다. 직장에서도 어떤 때 보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서로 열심히들 챙겨주고 아껴주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 베트남 직원들의 마음 안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사장이나 직장 상사가 '아껴주고 배려해 준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고스란히 그것을 '이용해 먹으려는 것일까?' 아직도 이 두 가지 답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이용해 먹으려는' 생각을 가진 베트남 직원들인 것 같다. 딸과 같은 나이의 매장 매니저는 아침 일찍 한국의 전문대학과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평일 수업이 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겐 오후 근무를 맡기기 시작했다. 교육비도 만만치 않아 매달 목표달성고과 추가 달성분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격려를 하였다. 두 달 정도가 되었을까? 매니저가 자기가 아르바이트처럼 12시에 출근해서 8시에 퇴근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기가 찼다. 하지만 넌 관리자이니 적어도 오픈 또는 다운 작업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하니, 업무가 벅차서 일을 못하겠다고 한다. 그리곤 근무시간에 자리에 앉아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있는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척 하지만, 누구에 눈에도 보이는 게으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직원들을 생각해서 조금 풀어주면 그게 당연한 것으로 변해 버리고, 뭔가를 해 주면 다음부터는 그것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적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 그런 문제가 발생해 혼을 내면 '전에도 그렇게 했는데 아무 말 없었는데 왜 이 번엔 이게 문제가 되는가!'라는 식으로 당당해져 있다. 그렇게 해맑게 웃다가도 자신에게 조그마한 손해라도 생길라치면 언제든지 등 뒤에 숨겨 둔 칼을 당당하게 꺼내 들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서운 생각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 주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선배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베트남에서 이들과 같이 살고 성공하려면 그래도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마음을 열고 정을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다짐했던 마음이 순간순간 깨져 나가는 것이 진정 베트남 사람들 현실인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중고 가전제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