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멍했는데, 지금 벌써 목요일 저녁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by 한정호

월요일 아침이었다. 일하기 싫다며, 뭐든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또 한 주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시작된 하루가 오후부터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해야 할 일들이 밀려오고, 정신없이 대응하다 보니, 어느새 목요일 저녁이다.

시간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멈춘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앞질러 간다. 빨리 가라며 다그칠 땐 느릿느릿 버티다가, 놓쳤다 싶으면 이미 저만큼 멀리 가 있다.


멈춰 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건 어쩌면 ‘시간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서 답답했고, 오늘은 너무 빨라서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허무함이 스며든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남는 게 없는 듯한 그 묘한 기분.


하지만 잠시 멈춰 보면, 또 다르다. 아직 오늘 저녁이 남아 있고, 내일이 있고, 주말이 있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간은 나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나를 소모시키는 게 아니라, 완성시키는 것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지만, 사실 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지쳐 있던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는 이미 내 안의 경험이 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다짐해 본다.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자.

지나가 버린 날을 아쉬워하지 말자.

아직 남아 있는 저녁과, 다가올 하루들을 감사히 맞이하자.

언젠가 이 모든 시간이 모여 ‘그때 참 열심히 살았지’ 하고 웃을 수 있는 나의 인생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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