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Jun 05. 2024

베트남 애인과 배우자

애인으론 좋은데 배우자로 감당하기 어려운 베트남 여인

 식당이나 모임 장소에서 마치 파티장에 온 사람처럼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옷에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을 보게 되면 연예인을 보는 듯한 느낌에 가슴이 콩탕거리며 자꾸 시선이 그쪽을 향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갑자기 짜리 몽당 연필이 되어버리는 것에 실망을 하곤 한다. 그래도 다시 한번 놀라 ‘어떻게 저렇게 짧은데 비율이 어떻게 저렇게 맞아떨어져 예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1859년 프랑스 식민지 시대와 20여 년의 항미전쟁기간 중 남부지역 여성들 위주로 혼혈이 많이 생겨 유전적으로 서양체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저 작은 몸에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빵빵한 힙이 신기하기만 하고 눈요기를 하는 나로선 고마울 뿐이다. 게다가 남부 지역의 여성들은 매우 개방적이어서 이성 간의 만남과 성생활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외국인에게도 개방적이며 무엇보다 나이 차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기 때문에 한국 분들도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베트남 현지인들과 국제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다. 이곳 푸미지역의 한 한국투자기업의 한국인들의 100%가 베트남 현지 여성을 베필로 맞아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말에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얼마 전 한베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 분과 술을 한 잔 하다가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그분은 단호하게 '베트남 여자는 애인으로는 좋은데 배우자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다. 결혼하기 전엔 손에 상처가 나니 달려들어 울기까지 하면서 챙기더니 결혼하고 나니 아파 쓰러져 있어도 거들떠도 안 본다며 씩씩 거리셨다. “그건 한국인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결혼 전엔 뭐든 다 해줄 것 같더니만, 지금은 꼴도 보기 싫대요!”라며 위안을 드리려 했으나 그분은 베트남 여성은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베트남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자를 완전 자기 소유로 만들려고 하고 감시하고 가정의 모든 것을 자기 통제하에 두려고 한다고 하신다.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 남편에 대한 의부증이 크다는 얘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 본 경험이 있다. 결혼하고 나면 남편이 절대 다른 여성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심지어 임신을 한 부인이 하루는 남편이 저녁에 한국 친구들을 만나 회식을 한다며 집을 나서려 하자 엉덩이를 내밀고 남편이 사정을 하고 나가게 해서 질려 버렸다는 말도 있었다.

 

 베트남 여성들은 가정에 대한 애착, 특히 자식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한국인 직원 한 명이 베트남 여성과 2년여 기간의 연애 후 양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고, 양국에 신고도 모두 마치고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는데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이혼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위로도 해줄 겸, 불러 이혼 이유를 물어보니 와이프가 애를 갖자고 해서 지금은 돈을 모아야 하니 조금 있다가 애를 갖자고 했고 그렇게 언쟁이 있은 후 여성은 법원에 이혼 소송을 했고 법원에서는 바로 여성의 편을 들고 이혼을 인정해 버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자가 아이를 갖는 것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가정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성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아직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임차를 하고 있었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부모님이 오셔서 아파트를 장만해 주시려고 했는데 나눠 가질 것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정말 다행인 것일까?’

 

 한베 가족이 된 후 베트남에서 사는 분들 중에 이혼 후 모든 것을 탈탈 털렸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다. 결혼 후 부부 명의로 등록된 집이나 땅, 심지어는 사업장마저도 모두 빼앗겨 버리고 한국에서 다시 돈을 끌어와 새로 생활을 시작하시는 분도 있다고 한다. 중화요리 매장을 운영하던 한 분은 이혼 후 매장도 빼앗기고 호치민시에서 쫓겨나 인근 빈증성에서 어렵게 식당을 만들어 새로 시작을 했다고도 한다. 


수십 년간 다른 생활을 해왔던 남과 함께 살면서 맞추는 게 어찌 쉽기야 하겠는가! 게다가 생활 문화와 의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렵지 않을까? 어찌 되었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음(陰)의 기운이 강한 나라인 베트남 여성과 함께 살아가려면 한국 남성으로서 가진 우월감이나 가장이라는 자존심을 조금 더 버리고 배우자를 이해하려고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할 바에는 아예 결혼을 고민하지 말고 싱글로 자유롭게 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특히 베트남에서 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그런 무모한 결정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주변에서 배우자 명의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반중 감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