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례로 본 ‘오래 쓸 수 있는 능력’의 가치
얼마 전까지 현장에 기술 지원을 나오신 칠순이 넘은 어르신이 계셨다. 필드에도 같이 나가시고, 약주도 좋아하시고 젊은 사람들과도 분위기를 잘 맞춰주시는 분이었다. 그분은 이미 정년을 한참 넘긴 나이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회사에서 필요할 때 모셔오는 그런 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기술직이 최고인 것 같다.’
요즘 우리 아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말한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래야 사람 대접 받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야 하니까’ 가는 대학, 안 가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이제 조금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봉이 아니라, 버틴 시간의 문제
직업 이야기를 하면 늘 연봉이 먼저 나온다. 화이트칼러냐, 블루칼러냐. 사무직이냐, 현장이냐. 대체로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화이트칼러는 연봉이 높고, 블루칼러는 연봉이 낮다.
그런데 이 비교에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하나 빠져 있다. 그 연봉을 몇 년 동안 받을 수 있느냐다. 현대자동차라는 한 회사 안에서 보면, 이 차이는 현대자동차라는 한 회사 안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와 공개된 임금·채용 자료들을 참고해 보면, 생산직과 사무직의 평균 연봉 자체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사무·관리·기술직 쪽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연봉의 높낮이가 아니다. 그 연봉을 얼마나 오래 받을 수 있느냐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의 경우, 입사 이후 정년까지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30년 이상 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례도 흔하다. 반면 사무·관리·엔지니어 직군은 다르다. 조직 개편, 구조조정,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는 시점에 따라 40대 중후반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같은 현대자동차 직원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회사에 몸담는 기간에는 꽤 큰 차이가 생긴다.
숫자로 아주 보수적으로 정리해 보면, 현대자동차의 공개 자료와 알려진 평균치를 바탕으로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 보았다.
- 생산직 평균 연봉 : 약 9천만 원 수준
- 사무·관리·기술직 평균 연봉 : 약 1억 1천만 원 수준
- 근무 기간은 이렇게 잡아본다. 생산직: 정년까지 근무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약 30년, 사무직: 구조조정과 이직 가능성을 감안해 약 18년.
이렇게 계산하면 결과는 의외로 단순하다. 생산직은 9천만 원 × 30년 = 약 27억 원, 사무직은 1억 1천만 원 × 18년 = 약 20억 원이다. 여기에 근속연수에 비례해 쌓이는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했는데, 회사로부터 받은 총 보수는 오히려 생산직 쪽이 훨씬 커질 수 있는 구조다.
화이트칼러에게는 하나가 더 있다. 화이트칼러에게는 출발선부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대학생활 최소 4년, 등록금, 생활비, 그 시간 동안 벌지 못한 돈. 보수적으로 잡아도 1억 원이 넘는 초기 비용이다. 반면 기술직은 훨씬 이른 나이에 현장에 들어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결국 인생 전체로 놓고 보면, ‘연봉이 조금 더 높다’는 장점은 ‘일을 오래 할 수 없다’는 구조 앞에서 힘을 잃는다.
칠순의 기술직 어르신
그래서 그 어르신의 모습이 더 오래 남는다. 그분이 여전히 현장에서 모시는 이유는 학벌도, 직함도 아니었다. 쌓인 기술이 있었고,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로 증명할 수 없는 능력, 시간과 손과 몸으로 쌓아온 능력.
아들에게,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대학을 가고 싶다면 가도 된다. 공부가 즐겁고, 그 길이 맞다면 당연히 응원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을 안 가면 실패한다는 생각, 사무직이 아니면 뒤처진다는 환상에서는 이제 조금은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공부를 하든, 기술을 익히든, 몸을 쓰는 일을 하든, 장사를 하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가는 것이고 성공하는 것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돈이 중요하다면, 더더욱 겉으로 좋아 보이는 길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행복하게 살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붙들고, 그 일을 인정받는 사람.
대학 교수이든, 기술자이든,
책상 앞에 앉아 있든, 현장에서 땀을 흘리든.
그런 사람이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짜 경쟁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