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남쪽 베트남인들의 색감은 다를까?

생활과 기후가 만든 남부의 색 취향

by 한정호

북부 베트남의 강한 원색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남쪽 사람들의 색감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생활 환경과 정서가 달라지면 색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변한다는 걸 남부에서 살면서 자주 느끼게 된다.


호찌민의 아침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된다. 햇빛은 이미 강하고, 공기는 습하며, 하루의 움직임이 빠르게 시작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눈을 찌르는 색보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색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남부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색은 강렬한 원색이라기보다 조금 부드럽게 풀린 색조들이다. 파스텔에 가까운 벽면, 햇빛에 바랜 듯한 간판, 식물과 섞여 보이는 녹색 계열이 생활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취향이라기보다 생활 조건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 지나치게 선명한 색은 피로감을 주기 쉽다. 그래서 남부의 색은 빛과 함께 살아남은 톤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정된 색감이라고 할까?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남부의 생활 리듬이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색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공간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쓰인다. 집 안 인테리어나 카페, 시장 풍경을 보면 색의 대비가 북부보다 부드럽다. 시선을 붙잡기보다는 머무르게 하는 색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남부에도 화려한 색은 존재한다. 축제, 광고, 상업 공간에서는 여전히 강한 색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상의 기본 톤은 북부보다 한층 완화된 느낌이다. 색이 생활의 배경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색 취향은 기후와 생활 방식, 그리고 지역 정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북부의 색이 기억과 상징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향이라면, 남부의 색은 생활과 빛 속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된 톤에 가깝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색은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하노이 주석궁 vs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 건축이 보여주는 지역 감각

두 건물을 나란히 보면 같은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건축임에도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하노이의 주석궁은 강한 노란색 외벽과 단정한 비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색이 또렷하고 존재감이 분명하다. 북부 특유의 상징성과 권위를 강조하는 느낌이다. 건물은 좌우 균형이 뚜렷하고, 장식은 절제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단단한 인상을 준다. 북부 건축에서 자주 보이는 “보여주는 색”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노이 주석궁.jpg 하노이 주석궁

반면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건물은 같은 계열의 색을 쓰면서도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다. 크림색에 가까운 외벽, 곡선 장식, 입체적인 조형 요소가 어우러져 화려하면서도 생활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분위기를 만든다. 남부 특유의 개방감과 장식적 감각이 살아 있다. 색은 눈에 튀기보다 햇빛과 섞여 공간의 일부가 된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이 차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라기보다 지역의 정서와 생활 감각이 건축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북부 건축이 상징성과 중심성을 강조한다면, 남부 건축은 도시 풍경 속에서 사람과 함께 숨 쉬는 방향에 가깝다. 그래서 두 건물을 비교해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같은 뿌리의 건축이라도, 지역의 햇빛과 생활 방식이 만나면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되는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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