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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6. 2024

베트남 근무시간 철저

급여와 관련된 근무시간 약속은 무섭게 철저하다

 공감 매장 앞에서 매대를 세워 붕어빵을 팔기로 했던 사장님이 판매시작 전날 밤에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며칠간 판매시점을 늦추고 싶다는 통보가 왔다. 안전이 우선이다. 걱정 마시고 사고 처리 잘하시고, 판매 시작하자고 메시지를 보내 드렸다.


 그런데 그날 밤 붕어빵을 판매하는 직원이 나타났다. 

 '사장 없이 직원이 혼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싶어 나도 약속을 한 떡볶이 판매를 위한 집기 등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직원은 원재료도 꺼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만 보고 있는 것이다. 다가가 물어보았다. "오늘 판매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에요?"라고 물으니 웃으면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장님한테 판매가 며칠 연기되었다고 말씀을 들었는데 그럼 왜 나와 있냐고 물으니, 또 그저 웃으며 붕어빵 홍보를 위해 앉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판매 시점도 확정이 안 되었고 홍보할 상품도 없는데 뭘 홍보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웃기만 할 뿐.... 그렇게 매장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준비한 떡볶이, 순대 등은 판매를 하지 않고 행차 매장의 고객분들께 시식용으로 제공하고 정리를 했다.

원재료도 없이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는 직원
떡볶이, 순대, 어묵 판매 시연

 베트남 직원이 나와 자리를 지킨 이유를 안다. 매장에 나와 자리를 지켰으니 급여를 달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리라. 사장이 사고가 나서 문제가 나든 말든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장사를 하던 말건 그것도 나 책임이 아니다. 손님들이 와서 뭘 파는 것이냐고? 지금 안 팔면 언제 팔기 시작하냐고 물어도 "그건 아직 몰라요"라고 대답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난 자리를 지켰고 난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얼마나 일에 충실하고 열정적인가!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직원 아닌가!' 

 

 아침에 공감 매장에 나와 매장 오픈을 해 놓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저녁 근무시간에 다시 매장으로 나온다. 가끔 근무 교체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오기도 하는데, 그때는 사실 고객들이 거의 없는 시간대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내가 왔으니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직원이 괜찮다며 머뭇거리며 자기 근무시간을 지키고 나서야 퇴근을 하는 것이었다. 한 달에 몇 번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일찍 퇴근을 한 후, 월급을 줄 때 급여를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한 듯하다. 일찍 가도 된다고 했을 때, '일찍 가면 그 시간만큼 그 시간급을 차감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원래 스케줄대로 급여를 주니 그제야 일찍 보내준 게 배려라는 것을 안 모양이다.  

 행차 매장은 저녁 10시까지가 영업시간이다. 사실 9시 30분이 지나면 더 이상의 고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끔 베트남 고객들이 늦게 들어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가시긴 하지만. 그래서 난 저녁 9시 30분이 지나 손님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직원들에게 매장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준비를 마치고 매장에는 불이 꺼진다. 처음 몇 번 다시 매장에 들어가 보니, 에어컨이 켜져 있거나, 선풍기가 켜져 있기도 하고, 고객들이 드신 식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문을 닫고 가버린 경우가 있어 경고를 주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갈 거면 무조건 10시까지 퇴근 없이 정리를 하라고. 경고 이후에야 일찍 퇴근을 하더라도 매장 정리는 확실히 하는 듯하다. 


 그렇게 한 달에 20일 이상 30분 정도는 일찍 퇴근을 한다. 고객도 없는데 집도 멀고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을 하여야 하는 직원 배려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한 달에 3~4번 손님들이 담소와 약주를 하시면서 10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키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30분이라도 추가 근무시간이 올라온다. 물론 당연한 것이고 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씁쓸한 마음은 갖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근무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규직 직원도 추가시간을 올리는 것을 보면, 한 편으론 배려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배려는 없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이 들면 내 배려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거의 보기 힘든 베트남에서, 근무시간 약속에 철저한 모습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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