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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6. 2024

日日是好日 : 매일같이 좋은 날

인생,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인생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라는 글을 접하였다. '후' 안도의 한 쉼이 나오고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그리 어렵거나 뒤처지지 않는, 그런 그냥 삶이구나 싶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사태 때의 격리와 통제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살 것 같다 싶었는데 주위를 보면 딱히 더 좋아졌다고 웃는 모습이 많아 보이질 않는다. 자주 뵙던 분들 중엔 해외조직 축소로 해고되어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퇴사하여 현지에 잔류하신 분도 있고, 인근 省에는 공장 매각이나 폐업을 추진하는 기업 이야기들도 자주 들린다. 바로 내 주위엔 절친 중의 한 명이 푸미흥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데 '그것도 장난이 아니라'며 스트레스가 심한 지 통화상의 목소리가 마치 병원 환자와 말하는 듯하다. 나야 아는 분들에게 "보리고개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사장님이 돈을 못 보시면 누가 벌어요?"라고 반문할 때 보리고개인 내게 저렇게 말하는 것 보면 저분도 힘드신 게 분명하다 싶어 그저 웃어넘기곤 한다.   

 그러고 보면 참 어렵지 않은 시간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IMF, 금융위기, 사스, 메르스, 사드,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세계 사태에 한국과 한국인 모두 새우 등이 이미 다 터졌어도 아무 이상할 것이 없는데 아직 거뜬한 것이 기특하기만 하다. 

 한 때(실은 지금도 가슴속에 꼭 숨어있기는 한 듯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아이들 시집, 장가보내고 나면 혼자 시골 절의 암자에 들어가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아이들도 아직 출가시키지 않았으나 다 멀어지고 나면... 그런데 요즘은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기도 하다.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여기나 저기나, 지금이나 어제나 또 내일이나 결국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경상남도 남해 망운암 : 대학시절 45일간 지낸 곳이다

 당나라 말, 운문스님이 말씀하셨다. "보름 전 일은 묻지 않겠다. 안거 끝난 다음(15일 후의 일)에 대하여 한마디 말해 보거라"라고 하신 후 스스로 대답하셨다. "日日是好日 : 매일같이 좋은 날이로다" 

 

 딸내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Dad how r u'  

 이렇게 답변을 보냈다. 

 '오늘 어디서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구나. "인생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런데 우린 잘 먹고 잘 살진 못해도 행복하면서 즐기면서 살자꾸나!! 사랑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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