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라고 생각했던 장면을 다시 이해하게 된 이유
그들은 왜 지갑을 열어 ‘보여주듯이’ 계산할까?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자신의 오늘을 확인하는 방식
베트남 현지인들과 중국인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면, 종종 같은 장면을 보게 된다. 바지 주머니나 작은 가방에서 두툼한 지갑을 꺼낸다. 그리고 그 안에 가지런히 접혀 있는 50만동짜리 지폐들이 한 번에 보인다. 한두 장이 아니라, 수십 장이 겹쳐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중 몇 장을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 순간, 지갑 속의 돈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숨기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드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가깝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굳이 저렇게까지 지갑을 열어 보일 필요가 있을까?’
‘조금은 있어 보이려는 행동 아닐까?’
한국에서는 보통 지갑을 최대한 감추듯이 꺼내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계산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카드 한 장이면 끝나는 계산에, 굳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도 없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 장면을 보며, 일종의 과시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과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카드를 사용하면 돈이 나가는 감각이 흐릿해진다. 숫자는 줄어들지만,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은 다르다. 지갑 속에 남아 있는 지폐의 두께가, 지금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얼마를 쓸 수 있고, 얼마를 쓰면 안 되는지, 손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때 한국에서도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과소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체크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 내 앞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는 이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만큼을 직접 확인하고, 그 범위 안에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돈이, 곧 자신의 오늘을 규정한다. 카드는 미래의 돈을 미리 쓰는 도구이지만, 현금은 현재의 자신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한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과 조건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더 충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그 장면이 조금은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단단해 보인다. 보이지 않는 돈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과시를 위해 돈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통제 속에서 돈을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