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여기선 괜찮겠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기준은 어떻게 흐려지는가

by 한정호

영업이 끝나갈 시간이었다. 주방 안에서 화로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모든 주문은 끝났고, 서비스 직원은 하나씩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방으로 가니 직원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포장 용기가 놓여 있었다. 집에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 멈췄다. 표정이 굳었고, 손의 움직임도 멈췄다. 그리고는 내게 "말하려고 했는데, 집에 누나가 주문한 거예요. 계산 하면 되잖아요"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화가 났지만 이런 일도 한 두번은 아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그는 18살이다. 내 아들보다 어린 나이였다. 그 나이에, 나는 어땠을까? 완전히 규칙만을 기준으로 행동했을까? 아니면, 상황과 분위기를 먼저 봤을까? 아마 나는 분위기를 먼저 봤을 것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부터 안 되는지, 사장의 표정과 평소의 태도를 통해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이렇게 결론 내렸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해 보면, 그 직원에게 나는 한 번도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었다. 매장의 음식을 개인적으로 가져가려면 반드시 먼저 말해야 한다는 것을.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기준이었지만, 그에게는 한 번도 직접 설명된 적 없는 기준일지 모른다. 그에게 이 공간은 ‘직장’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받아주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고, 나는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가족 같은 매장.’ 아마 그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경계는 흐려진다. 가족은 허락을 받지 않는다. 그냥 말하거나, 아니면 그냥 행동한다. 하지만 매장은 가족이 아니다. 관계는 따뜻할 수 있지만,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그 기준이 말로 설명되지 않으면, 사람은 분위기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분위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나는 그를 혼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였다. 무슨 일이든, 먼저 말하면 문제 없다고. 그날 이후, 그는 무엇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바라본다. 그리고 묻는다. “이거 해도 되나요?”

그 질문은 허락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기준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그는 혼난 것이 아니라, 경계를 배운 것이다. 신뢰는 분위기로 만들어지지만, 유지되는 것은 기준이다. 기준은 암묵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설명되어야 한다. 특히 어린 직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들은 규칙을 어기려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 경계를 처벌로 배우게 할 수도 있고, 설명으로 배우게 할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이후의 모든 행동을 바꾼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족 같은 분위기일수록,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따뜻함은 관계를 만들지만, 기준은 신뢰를 지킨다. 그리고 신뢰는, 설명된 경계 위에서만 오래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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