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9에서 멈춰 선 밤

구독자 수가 1,299에서 멈춰 있다.

by 한정호


하루 종일 숫자를 들여다본다. 1,300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사실 별것 아니다. 한 명 차이다. 숫자 하나 올라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진다. 1,299는 충분히 많은 숫자다. 처음 채널을 만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상상도 못 했던 숫자다. 0에서 시작했고, 10명을 넘기기까지도 꽤 오래 걸렸다. 100명이 되었을 때는 그 자체로 놀라웠다.


그런데 지금은 1,299가 아쉽다. 나는 왜 이렇게 한 명에 집착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 숫자는 단순한 구독자가 아니라, 지난 시간에 대한 확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트남 거리에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찍었던 영상들.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았던 짧은 기록들. 조회수가 몇십 회에 머물던 날들. 그래도 올렸다. 다음 날 또 올렸다.


이 곳도 한국이랑 마찬가지리라. 내 기억을 영상으로 찾기엔 지금 영상을 찍기보다 힘들다. 그만큼 우리가 '지금'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닐까?

지금 베트남의 모습이 이쁘다. 누군가는 보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숫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1,300이라는 작은 문턱 앞에 서 있다.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아쉬움이 먼저 온다.

'왜 아직 안 오지?'


1,299에서 멈춰 선 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일도, 또 하나의 영상을 올릴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아름답고, 언젠가는 다시 찾기 힘든 시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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