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에 은퇴자가 몰린다고?

KBS 뉴스라는 이름의 찌라시

by 한정호

뉴스기사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더 화가 났다. 처음에는 그냥 넘기려 했다. 유튜브에서 본 뉴스 하나였다.

'베트남, 은퇴자들의 정착지로 떠올라' 출처는 Korean Broadcasting System, KBS였다.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제목이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유튜브 뉴스들이 제목을 조금 세게 뽑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영상을 끝까지 봤다.


그리고 끝까지 보고 나서 오히려 더 화가 났다. 관광 홍보라면 이해한다. 리조트 광고라면 이해한다. 여행 상품 소개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영상이 아니었다. 뉴스였다. 그것도 공영방송 뉴스였다. 그런데 내용은 뉴스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베트남이 은퇴자들의 정착지로 떠오르고 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은퇴자. 정착. 이 두 단어는 가볍게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착은 여행이 아니다. 몇 달 머무는 것도 아니다. 삶의 기반을 옮겨 그곳에서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민이다.


그런데 그 장소가 나트랑(냐짱, Nha Trang) 이라고 한다. 냐짱이 외국 은퇴자들의 정착지라고? 베트남에서 조금만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기사가 얼마나 어색한지 바로 안다. 외국인이 실제로 오래 사는 도시라면 보통 이런 곳이다. 호치민시(Ho Chi Minh City), 하노이(Hanoi), 다낭(Da Nang) 일자리도 있고, 병원도 있고, 외국인 커뮤니티도 있는 도시들이다.

하지만 냐짱? 그곳은 베트남에서도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리조트와 호텔이 많은 곳이다. 잠깐 머물 수는 있다. 하지만 '은퇴자 정착지'라는 말을 붙일 정도의 구조는 아니다.


그래서 이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뉴스가 아니다. 팩트를 하나도 거르지 않은 찌라시다. 관광 홍보 문장을 뉴스 형식으로 포장한 것에 가깝다. 한국 공영방송이라면 단어 하나를 쓸 때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다른 나라를 이야기할 때는 더 그렇다.

그 나라에서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뉴스는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뉴스를 보면 가끔 답답해진다. 베트남은 '싸다'거나 '은퇴 천국이다' 같은 몇 줄 문장으로 설명되는 나라가 아니다. 이곳은 훨씬 복잡하고 훨씬 현실적인 곳이다.


오늘 KBS 뉴스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뉴스가 아니라 관광 브로셔다' 그것도 공영방송 로고가 붙은 브로셔. 그래서 이 기사의 출처를 남기기도 싫다. 보는 사람에 따라 화가 나거나 아니면 허상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뉴스는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뉴스는 현실 대신 허상을 만든다.


명함 앞.jpg


매거진의 이전글달리는 차에서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