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을 내려놓자 보이는 아름다움
아침마다 같은 길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매장으로 향하는 길.
늘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고, 비슷한 속도로 지나간다. 그 길 위에는 늘 같은 풍경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틀 동안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오늘 아침, 매장으로 곧장 가려던 마음을 잠시 달랬다. 그리고 자전거의 방향을 조금 바꾸었다. 그 순간부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1. 한 나무에 담긴 베트남의 계절
길가에 서 있는 한그루의 나무. 그 아래에는 꽃들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 바닥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장식해 놓은 것처럼 붉었다. 아침햇살에 비친 그 붉은 꽃들이 내 눈을 호사스럽게 했다.
베트남의 남부는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나무 아래에 서 있으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무 위의 꽃들은 지금이 봄이라고 말하는 것 같고, 푸르게 무성한 잎들은 여름을 자랑한다. 한켠에는 말라버린 가지와 잎들이 쓰러져 여긴 가을이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꽃들은 이미 떨어져 바닥을 채우고 있다. 떨어진 모습은 가을인데 색은 아직 봄이다.
한 나무 안에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함께 있었다. 꽃이 떨어진 길 위에 자전거를 세우고, 천천히 다가가 계절을 느껴보았다.
이런 풍경은 서둘러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다.
2. 유치원으로 가는 아이들
조금 더 가니 유치원이 보였다. 오토바이, 자가용에 실려 온 아이들이 하나둘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깨어 엄마 품에 안긴 채 선생님에게 넘겨지는 아이,
씩씩하게 오토바이에서 내려 혼자 걸어 들어가는 아이,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
그 장면들을 보며 문득 재미있는 사실을 느꼈다. 베트남에서는 아이를 데려오는 사람이 꼭 엄마일 필요가 없다. 오토바이 뒤에서 아빠의 허리를 꼭 껴안고 오는 아이도 있고, 엄마 앞에 서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이도 있다. 엄마랑 오기도 하고, 아빠랑 오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데려온다. 누가 더 많이 한다는 구분이 없다. 그저 가족이 아이를 데려온다.
아이의 가방을 건네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 기억 속에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에서는 아직도 엄마의 역할로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많을 것이다.
베트남의 아침 풍경은 이런 점에서 참 가정스럽고 포근하다.
3. 옛 시골집 같은 쌀국수 집
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자전거 페달을 밟은 지 1분도 되지 않아 그림같은 베트남 쌀국수 식당이 보인다. 마을 공원을 통채로 식당으로 쓰고있는 곳다.
집 모양이 참 예쁘다. 노오란 페인팅에 옛 기억이 떠오르는 칠판. 그리고 파라솔 밑에 설치된 야외 식탁. 아침 외식 계획은 없었는데 자전거를 세웠다. 쌀국수 냄새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아침. 넓은 야외 공에서 아침의 풍경을 바라며 천천히 쌀국수를 먹어 보기로 했다.
그 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고급 호텔에서 풍경을 내려 보며 즐기는 아침식사 못지 않다. 늘 같은 도시 안에 있었는데 처음 보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쌀국수의 새로운 맛이다.
4. 일요일보다 분주한 평일 아침 카페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거리 카페 앞을 지나가는데 오늘은 늦은 시간(08:04)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요일 아침보다 더 분주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어떤 테이블에서는 작은 회의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아까 유치원에 아이들 데려다 준 부부가 아침을 먹는 모습도 보인다.
베트남의 아침 커피는 혼자 쉬는 시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이다.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사회다.
달리는 차에서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문득 예전에 직장 상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밖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말. 이전에는 차를 타고 다니면, 세상을 더 많이 본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자전거를 천천히 타고 오면서, 그 말이 조금 더 이해가 된다.
'속도가 빠르면 풍경은 배경이 된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지면 풍경이 이야기가 된다'
이틀 동안 아침의 서두름을 조금 비워 보았을 뿐인데, 도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풍경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 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목적지보다 속도를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도시가 가지고 있던 장면들이 조용히 내게 모습을 드러내리라.
※ 오늘은 아침에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올려보았습니다. 영상과 함께 베트남의 이쁜 아침풍경을 느껴보세요.
[ 속도가 느려지면 풍경이 이야기가 된다 ]
1. 봄, 여름, 가을을 품은 나무 Cuộc sống thật tại Việt Nam �� | Hello Vietnam Shorts#Việt Nam#cuộc sống #đời thường #아침의 풍경#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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