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찔러보고, 안 되면 말고.

베트남 젊은 알바들이 윗사람을 시험하는 방식

by 한정호

작은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8~20살 알바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은 아직 직장 경험이 거의 없다. 학교를 벗어나 처음 만나는 사회가 바로 매장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공통된 패턴이 보인다.

그 패턴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한 번 찔러본다.'

규칙을 어기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능한지 살짝 시험해 보는 것이다.


1. 규칙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먼저 본다

한국에서 직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이 회사의 규칙이 무엇일까?'

하지만 베트남의 젊은 알바들은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이 사장은 어디까지 허용할까?'

그래서 규칙을 먼저 묻기보다는 행동을 먼저 해 본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 생긴다.

출근 시간이 6시인데 6시 5분에 온다. 다음엔 조금씩 늦춰본다. 한 번 말을 들으면 다음 날은 제대로 출근하는 듯 하다가 또 다시 늦어진다. '시급은 바뀌지 않는구나...'

10시 마감인데 10시 3분에 퇴근하며 추가수당을 말한다. 한 번 봐주면 다음에는 조금 더 시도해 본다. 이것은 규칙을 무시하는 태도라기보다 사람의 기준을 확인하는 방식에 가깝다.


2. 안 되면 금방 포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장면이다.

사장이 단호하게 말하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잠깐 웃는다. 그리고 그냥 넘어간다. 억울해하거나 따지지도 않는다. 불만을 길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생각한다. '아, 안 되는구나.'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 기준에 맞춰 행동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한 번 물어본 것뿐이에요.'

이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가능하면 좋고, 안 되도 괜찮아요.'


3. 규칙보다 사람이 먼저다

이런 모습은 한국 사람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보통 규칙이 먼저다. 규칙을 어기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조심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젊은 알바들은 규칙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어떤 분위기의 매장인지 이것을 먼저 살핀다. 그래서 같은 규칙이라도 사장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4. 규칙이 생기는 순간

그래서 작은 매장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사장이 처음에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 행동은 규칙이 된다.

사장은 호의를 베푼 것이지만, 직원들은 새로운 기준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다음에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번에는 괜찮았잖아요!”


이 장면을 몇 번 겪다 보면 깨닫게 된다. 규칙은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5. 그래서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준이다.

젊은 알바들에게 긴 설명은 큰 의미가 없다. 대신 아주 단순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늦게 오면 늦은 만큼 근무시간에서 뺀다

- 일찍 가면 실제 시간까지만 계산한다

- 10시 이후 15분 이상 근무했을 때만 추가수당을 준다

이렇게 기준이 단순해지면 신기하게도 문제가 거의 사라진다. 왜냐하면 더 이상 찔러볼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6. 그래도 미워하기는 어렵다

이런 모습이 처음에는 꽤 얄밉게 보였다. 사실 지금도 한 켠에 그런 마음이 인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자꾸 떠보지?'

'이 녀석들이 나를 시험하나?'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것은 계산적인 행동이라기보다 젊은 사람들의 생존 방식에 가깝다.

가능하면 조금 더 얻어보고, 안 되면 금방 웃고 포기한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출근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 나라 사람들의 방식은 '한 번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웃고 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크게 싸우지 않고, 길게 다투지 않고, 가능한 선을 한번 확인해 보는 방식.


그래서 어떤 날에는 이런 장면을 보며 혼자 웃게 된다.

'아, 또 한 번 찔러보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깨닫는다. 이것이 아마 베트남식 관계의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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