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반팔, 현지인은 후드티

같은 거리, 다른 계절 : 호치민에서 발견한 ‘추위’

by 한정호

오후 4시쯤이었다. 호치민 시내의 한 야외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이 시간의 호치민은 참 묘한 분위기가 있다. 낮의 열기가 조금 가라앉고, 저녁이 시작되기 전의 느슨한 시간이다. 관광객도 많고 현지인들도 계속 길을 오간다. 사람 구경하기에 꽤 좋은 시간이다. 아시스커피를 마시며 한국에서 온 후배와 이런저련 얘기를 하던 중, 후배가 갑자기 내게 묻는다.

"형! 저것 좀 봐요'

"응?"

옆을 보자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엠을 입고 길을 지나가는 외국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후배는

"그거 말구요. 옆에 베트남 애들..."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반팔에 반바지였다. 어떤 사람은 슬리퍼 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동남아 여행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 사이를 지나가는 현지인들의 옷차림은 전혀 달랐다.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후드티 모자를 쓰고 그 위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얇은 점퍼까지 입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 같은 날씨인데 왜 이렇게 옷차림이 다를까?' 마치 같은 장소에 두 개의 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외국인에게는 한여름이고, 현지인에게는 겨울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베트남에서 살다 보면 이런 옷차림을 자주 보게 된다. 팔토시, 마스크, 모자, 후드티. 나는 그동안 이것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햇빛 때문이겠지'

베트남 사람들은 피부가 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낮에는 얼굴과 팔을 완전히 가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오토바이를 탈 때 바람이 꽤 세다. 그리고 쌀쌀함(물론 나에게야 시원함이지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후드티나 긴 옷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후배에게 설명을 해 주려던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그 때는 오후 4시였다. 햇볕도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도를 걷는 사람들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사람들 정말 추운 걸까?'


호치민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추운 날’

한국 사람에게 호치민의 날씨는 거의 항상 덥다. 하지만 현지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호치민의 연평균 기온은 보통 25~32도 사이에서 움직인다. 기온 변화 폭이 매우 작은 도시다. 그래서 갑자기 기온이 21~22도 정도로 내려가면 현지인들은 꽤 크게 느낀다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는 시원한 날씨지만, 호치민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다. 실제로 호치민에서는 19도 정도만 내려가도 뉴스가 될 정도라고 한다.

뉴스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락'

그리고 그때 거리에서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관광객은 반팔, 현지인은 후드티'

같은 온도를 두고 완전히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기 환자도 늘어난다

이건 단순한 느낌만의 문제는 아니다. 베트남 보건 당국에서도 기온 변화 시기에는 감기와 호흡기 질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때, 비가 시작되는 계절 변화 시기, 이때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몸은 익숙한 온도 범위에 적응한다. 한국 사람의 몸은 겨울과 여름을 모두 경험한다. 하지만 호치민 사람들은 거의 1년 내내 비슷한 온도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작은 변화에도 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 사람에게는 21도가 따뜻하지만 호치민 사람에게는 꽤 쌀쌀한 온도가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후드티, 얇은 점퍼, 마스크 같은 옷차림이 늘어난다.


같은 온도, 다른 체감

생각해 보면 이런 경험은 한국에서도 있다. 겨울이 끝나고 10도가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따뜻하다.” 하지만 가을에 처음 10도가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 갑자기 춥다.”

같은 온도지만, 몸이 기억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치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여름이고, 현지인에게는 약간 추운 날이다. 그래서 같은 거리에서 이런 장면이 만들어진다. 반팔과 후드티가 동시에 지나가는 거리. 그래서 나는 그 영상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장면이 재미있어서 한동안 영상을 계속 찍었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 같은 날씨

여름과 겨울, 두 개의 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

외국인은 여름을 걷고 있었고, 현지인은 겨울을 걷고 있었다.


Cuộc sống thật tại Việt Nam 외국인에겐 여름, 호치민 사람에겐 겨울 #Việt Nam#cuộc sống#Sài Gòn#hello vietnam#베트남여행


이런 장면은 여행 안내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작은 차이들이 문득 눈에 들어오곤 한다. 그리곤 그때 깨닫게 된다. 베트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대한 역사나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작은 체감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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