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5군, 쩌런 특유의 붉은 간판과 중국어 글씨들 사이를 지나 자연스럽게 한 사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넘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향 냄새가 코를 엄습했다. 그건 단순한 향기가 아니었다. 연기였다. 천장 아래에 얇게 깔린 안개처럼, 공간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신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신들의 얼굴이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걸까?’
'어딘가 무섭고 엄숙해 보이려고 하는 것일까?'
솔직히 난 시커먼 흉상이 무섭게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부처님이 아니라는 것에 만족했던 기억이다.
한국에서 보아온 사찰의 기억이 떠올랐다. 불상은 대체로 밝다. 금빛이거나, 나무의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즉 사찰에서 신은 ‘보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의 신은 달랐다. 얼굴은 짙게 그을려 있었고, 표면은 매끈하지 않았다. 시간이 쌓인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딘가 낡아 보였고, 처음에는 그 낡음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이유를 찾아보고 나니 수긍이 간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향'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하루 종일 향을 피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는다. 수십 년, 어떤 곳은 백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연기가 신상을 덮는다. 그 결과가 바로 그 색이다. 검게 변한 것이 아니라, 쌓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을린 얼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기괴함이나 더러움이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곳 신 앞에서 무언가를 빈다. 아이의 행복을, 가족들의 건강을, 장사의 성공을 그리고 사람과의 인연을. 그 기도의 순간마다 향 하나가 더해진다. 그 작은 연기가 하루, 이틀, 일 년, 십 년을 지나, 신의 얼굴 위에 쌓인다.
한국에서는 신을 ‘깨끗하게’ 모신다. 여기서는 신이 ‘쌓인다’. 기도가 쌓이고, 시간이 쌓이고, 사람들의 삶이 쌓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오래된 신일수록 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더 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로 사찰 안에서 검게 그을린 신을 보아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생각하게 된다.
'이 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나왔을까?'
'얼마나 많은 소원이 이 얼굴 위를 스쳐 갔을까?'
검은 색은 더러움이 아니다. 그건 사람들이 남긴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