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하나에서 시작된 질문

벤탄시장과 사이공스퀘어, 그 뒤의 짝퉁 이야기

by 한정호

나는 지금, 지난번 호치민에 방문했을 때 사이공스퀘어에서 구입한 티셔츠를 입고 있다. 처음 샀을 때는 꽤 마음에 들었다. 색감도 좋았고, 프린트도 깔끔했고,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 없었다.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집어 들었고, 몇 번 입으면서 '잘 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목 주변의 태그가 자꾸 피부를 긁는 느낌. 작은 불편이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결국 그날 밤, 숙소에서 가위로 태그를 잘라냈다.

'어차피 내가 편하게 입으려고 산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태그를 잘라낸 이후에도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다. 잘려나간 부분이 가끔씩 피부에 닿는 그 미세한 느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역시 짝퉁이구나'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따라왔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이 두 가지 감정이 묘하게 함께 존재했다. '불편함과 만족' 이상하게도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러다 어제 저녁, 문득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저 많은 짝퉁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베트남에서 만든 걸까, 아니면 중국일까?'


호치민과 동나이, 빈즈엉 일대에는 태광실업, 한세실업, 영원무역, 세아상역 같은, 한국의 대형 OEM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나이키, H&M, GAP, 노스페이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이렇게 생각해왔다.

'아마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만든 거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너무 단순한 판단이었다. 어쩌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가장 쉬운 결론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그대로 시장의 ‘짝퉁’으로 흘러오는 구조는 아니다. 정품 생산과 짝퉁 생산은 애초에 다른 시스템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보고 있던 건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들어오고, 왜 팔리고, 왜 사람들은 사는지. 이 모든 것이 연결된 하나의 구조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벤탄시장과 사이공스퀘어에서 시작된 '짝퉁'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가짜 물건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1. 어디서 만들어지고 들어오는가 - 짝퉁의 생산과 공급망

2. 사람들은 왜 알면서도 사는가 - 소비의 심리

3. 짝퉁에도 정말 ‘급’이 존재하는가 - 품질과 등급의 구조

4. 소비자들은 실제로 만족하는가 - 사용 이후의 경험

5. 한두 개는 괜찮을까 - 한국 반입의 현실

6. 누가 다시 사고, 누가 떠나는가 - 소비 패턴과 차이

7. 현지인들은 이 시장을 어떻게 볼까 - 관광객과 현지인의 시선 차이

이렇게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히 짝퉁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글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 선택을 하는지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불편함이었다. 목을 긁던 그 티셔츠의 태그.

이 티셔츠 하나가, 생각보다 큰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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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다음 글에서는 '이 짝퉁들은 어디서 만들어질까'를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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