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베트남의 물가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얼마 전, 여권 재발급을 위해 호치민 영사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늘 타던 호아마이 리무진. 요금은 230,000동이었다. 특별한 생각 없이 결제했다. '뭐야? 특별한 기간인가? (베트남에서는 설 연휴(Tet), 해방절 연휴 등에는 모든 가격을 일시적으로 올려 받는다)'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어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전쟁여파인가?'
매장을 찾은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답한다.
“지금은 아마 250,000동일걸요.”
그 순간, 뒤늦게 깨달았다. '맞구나. 미국과 이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가.'
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 변화를 돈을 ‘지불’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 뒤로 지난 밤들의 주변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밤거리 노상카페, 쇼핑몰 커피숍,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 KNG Mall의 커피숍만 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요즘은 많은 빈자리가 눈에 띈다. 배달 앱을 켜보면 배달비가 슬며시 올라 있다. 눈에 띄게 크게 오른 것도 아닌데, 묘하게 부담스럽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번 달 관리비 고지서. 아마 수도광열비가 조용히 올라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카메라 앵글에만 집중했다.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움직임, 빛과 그림자. 그런데 정작 그 안에 담겨 있던 ‘사람들의 부담’과 ‘조용히 늘어나는 걱정’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봤다.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다.
1.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 - 에너지와 물류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기름값이다. 베트남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 상승, 물류비 상승, 전반적인 가격 상승. 이 흐름은 거의 자동이다. 리무진 가격이 오른 이유도 여기서 시작된다.
2. 그 다음 단계 - 소비의 위축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조금 늦게 반응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줄이는 것이 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소비' 카페, 야식, 쇼핑몰 방문. 이건 필수가 아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줄어든다. 그래서 커피숍의 빈자리가 늘어난다.
3. 마지막으로 드러나는 것 - 생활비의 압박 전기, 물, 관리비 인상, 이건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줄이지 못하고 '버틴다.' 그리고 이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조금씩 압박이 쌓인다.
4. 그래서 더 중요한 변화 : 보이지 않는 불안 베트남은 겉으로 보면 여전히 활기차다. 사람들은 웃고, 길거리는 여전히 붐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조금씩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긴다. 소비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지출을 한 번 더 계산한다. 이 변화는 숫자보다 늦게 드러나지만, 현장에서 먼저 느껴진다.
나는 리무진 요금을 내면서도 몰랐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지금 베트남의 흐름을 다 설명해주고 있었다. 전쟁은 멀리서 일어난다. 하지만 가격은 바로 옆에서 바뀐다. 그리고 그 가격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을 조용히 바꾸기 시작한다. 이제는 카메라 앵글만 볼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변화’를 봐야 할 것 같다.
베트남은 겉으로 보면 여전히 활기차다.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거리는 그래도 여전히 붐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 보인다. 소비를 줄이면서도, 삶을 멈추지 않는다. 부담은 커졌지만,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진다.
이 점이 참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는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인다. 그런데 베트남은 조금 다르다. 덜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움직이고, 더 벌려고 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그리고 '왜 이런 방식으로 대응하는 걸까?'
다음 글에서는 이 ‘베트남식 대응 방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