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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8. 2024

21살의 일본 여성 사장

젊은 패기와 용기에 감동

 어제는 아파트의 임차인이 입주한다 해서 호찌민을 급히 다녀왔다. 4시 약속에 여유를 갖고 출발하였는데 도착하니 정확히 4시였다. 이슬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때, 부동산 중개자로부터 '입주자가 차량이 막혀 4시 30분경에나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빈홈 아파트 단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빈홈 랜드마크 81과 주변 아파트 단지
사이공강 :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멋지다
도심 속 공원과 정원을 품은 빈홈 타운

 약속한 시간 4시 30분이 되어 아파트 프런트에 도착하니 중개인이 다가와 아직도 도착을 하지 못하고 1군에 있다고 한다. 교통체증 때문에. '음... 거짓말 치고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드는데, 와이프가 세입자가 일본인이라 했던 것이 떠올라 확인하니 중개인에 물으니 일본인이 맞다고 한다. 괜히 더 쾌심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애를 쓴다고 들었는데 주인이 한국인이라 일부러? 이런저런 망상에 빠져서 30분이 또 흘렀다. 

 5시가 되어서야 나타난 세입자는 학생처럼 보였다. 부모님이 못 오고 먼저 학생이 온 건가? 하고 있었는데 중개인이 세입자라고 소개를 한다. 너무 어려 보여 화가 쏙 들어가 버렸다. '애들한테 무슨 화를...'

 아파트 비밀번호만 바꿔주고 오면 되는 것이라 금방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팅이 1시간이나 늦어지고 이번엔 중개인의 실수로 비밀번호 바꾸는데 경비를 몇 번이나 부르면서 또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세입자와 둘이서 중개인과 경비를 기다리게 되었다.

 베트남에 혼자 온 것이냐고 묻자 일본 식당과 바 명함을 건네며 올해 매장을 열고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2년 전에 친구를 만나러 베트남에 놀러 왔는데 친구가 여기서 조그마한 바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년에 들어와 식당과 바를 차렸다고 한다. 이제 나이는 21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트남에 왔다가 이곳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다시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나나을 들으며 그녀의 짐들을 훑어보니 캐리어 2개 가 전부인 것 같다. 배낭여행 온 젊은이처럼.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25살의 우리 딸은 지금도 취직 준비를 하고 있고, 18살의 아들은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베트남 젊은이들이 어려서부터 상업에 익숙하고, 자기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에 놀라워하면서 글을 올린 적은 있지만, 이 당돌한 여성은 혼자서 그것도 외국에 나와 사업을 꾸리는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하고 있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 

 나도 조그마한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찾아와 보겠다고 한다. 자기 매장은 조그마하다며 두 손으로 정말 면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이뻐 보인다. 젊은 나이에 무언가 꿈을 가지고 부딪혀 보고자 실천하는 용기와 노력에 경외감과 존경심마저 들었다. 식당과 바가 성공해서 저 웃음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푸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줄곧 우리 딸과 아들을 포함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좁은 곳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진취적인 행동으로 실천을 하면서 무언가 자기의 것을 만들려는 모습들이 보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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