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당의 일본인 우대
많은 음식점에서 특정인 대상(학생, 군인, 경로 우대자 등) 또는 회원카드를 소지한 고객에 대한 우대판촉을 진행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목동의 식당에서도 학생들에게는 1000원을 할인해 주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할 때 2,000원이 할인된 금액을 지불할 때면 왠지 공돈을 벌었다는 느낌과 더불어 '다음에 또 와야지'하는 생각을 갖고 식당 문을 나서게 된다.
베트남의 호찌민市, 그중 제일 번화가에 자리 잡은 일본의 다까시마야 백화점을 방문하였다가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식당가를 둘러보다 일식 매장들을 모아 놓은 일본음식 식당가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Oedo Alley라는 간판 아래 일식 마을이라는 표기와 함께 마치 일본 전통가옥으로 들어가는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식당가 내부는 조그마한 마을을 연상케 하였으며, 길가나 집들이 매화가 만개한 시골 마을을 느낄 수 있도록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실시한 것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순두부찌개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어 자리를 잡고 메뉴를 둘러보았다. 오전 내내 열심히 발품으로 시장 조사를 했다는 뿌듯함과 오후 체력을 위해 든든한 음식을 먹자고 마음먹고 스테이크와 순두부찌개가 세트로 구성된 메뉴를 시켰다.
'순두부찌개 원래 한국 음식 아니었어? 일본식 순두부찌개는 맛이 어떻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올라온 식단과 맛이 마치 한식집에서 식사를 한 것과 같았다. 스테이크야 그렇다 치고 순두부찌개도 우리의 것과 맛이 비슷했고 김치를 포함한 밑반찬도 한식점의 그것과 비슷하다.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에게 계산을 요청하자 베트남 직원이 내게 다가와 "저희 회원카드 있으세요?"라고 물어본다.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계산대로 가던 그 직원이 머리를 돌려 조용히 다시 내게 묻는다. "일본인 이세요?" '응? 그걸 왜 묻지?'라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난 한국인이요. 근데 그걸 왜 물어봐요?"라고 하니 "일본 사람은 10% 할인이 되어서요"라는 말에 속으로 '아~~~'라는 탄식을 하곤 그 직원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한국인이라 한국 식당에서 우대를 받아 본 경험은 없었다. 사실 그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 지인들끼리 할인을 해 주는 것이야 그렇다 하지만, 베트남 직원이 일부러 일본인 국적을 물어본다는 것은 이 푸드코트 내에서는 모두 일본인들에게 우대를 해주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티 나지 않게 서로 자국민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모습 같아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식당에서 한국인에게 우대를 해주는 그런 매장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그 자리를 떠났다.
얼마 전 다케시마야 백화점을 찾아 일식 식당가를 찾았다. 아쉽게도 일식 식당가 자체가 사라지고 대형 음식점 위주로 MD가 개편되어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깔끔해서 시내를 돌아보곤 종종 들러 기력을 충전하던 곳인데.... '그래도 일본인 우대행사는 식당가의 일식집에선 비밀리에 시행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