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중의 갑 주방장, 고객보다 위에서 군림
매장을 세 분이 함께 자주 방문하시는 고객이 있다. 항상 세 분이 저녁을 드시면서 반주를 함께 하고 내기를 해서 귀가하기 전에 한 분이 스낵이나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를 사가시는 분들이다. 내기에서 지신 한 분이 계산을 하시면서 “지난주에 돈치킨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세 명 모두 하루종일 설사를 했어요”라고 하시기에 놀란 표정으로 “아 그러세요? 어쩌죠?”라고 말씀드리자 “그래서 요즘 안 시켜 먹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옆에 두 분도 한 마디씩 거든다. “그날 힘들었어요” “치킨에 문제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라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주방장에게 원재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요리 전 원재료 체크를 단단히 시키겠다고 말씀드렸다.
원재료의 배송 주기도 늘어났고, 판매량도 줄어 원재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에게 치킨 원재료 검사를 강화하고, 치킨을 다시 한번 무료로 제공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자 “아니에요. 다음에 속 건강해지면 다시 시켜 먹지요. 원재료 체크나 한 번 다시 시켜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매장을 나가신다.
한국 같았으면 대형 클레임인데, 이곳에선 한국분들도 베트남 생활에 적응이 되신 것인지, 한국 사람끼리의 동병상련이랄까? 현지인들 데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아셔서 베푸는 것인지 많이들 이해해 주시고 넓게 양해해 주시니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쳐야 할 건 고치고 개선해야 할 건 빨리 개선해야 한다.
돈치킨 매장으로 이동하여 주방장을 불러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원재료가 배송주기도 길어졌고 상품 판매도 줄어든 상태니 원재료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주방장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눈이 동그래졌다. 언제, 무슨 치킨을 먹은 것인지를 따져 물으려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즘 상황이 그러하니 좀 더 원재료 체크에 신경 쓰라고 한 말이라고 하자 ‘내가 매일 직접 치킨을 체크하고 쿠킹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아예 한 술 더 떠 지금 자기가 쿠킹을 할 테니 Mr. Han이 한 번 먹어 보고 원재료에 이상이 있는지, 원재료 관리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지금 화를 내 봤자 ‘지가 또 화를 내면 어쩔 건데!’하고 조리를 해서 내 입에 음식을 내밀면서 문제없다고 부산을 떨 것이다.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화를 내면 직원들도 있는데 둘 다 머쓱해져 버리고, 실제 해야 될 원재료 관리는 뒷전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사에 다시 한번 연락해서 배송 주기를 앞당길 수 있는지 확인 후 결과 보고 하라고 지시하고, 아침마다 원재료 다시 한번 체크해서 이상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폐기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하고 매장을 나왔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지만, 호찌민 돈치킨 본사에서 교육받고 오랫동안 근무하고 나름 성실한 것을 알고 있는 직원이기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괘심 하다’는 마음도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고객의 정당한 클레임을 제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음식 요리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꼰대짓을 하는 것 같다. 한국 중화요리, 일식 횟집 매장 주방장들의 꼰대 행동은 많이 들어 보았다. 대단한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 자기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니 건드리지 말라는 등의 행동들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 직원도 '나쁜 것은 제대로 배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음식은 누가 건드릴 수 없는 것이며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고 꼰대를 부리는 모습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대로 사람을 바꿀 수는 없는 것. 내가 비위를 맞춰서라도 고객의 Needs에 맞게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며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베트남이 클레임이 그리 심하지 않고 특히 베트남에 나와 있는 한국분들이 더 많이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신다는 것에 더욱 감사하며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차선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