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는 시설과 시민의식이 먼
베트남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편한 것 중에 하나는 어디서든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과 어디에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지역이 금연지역이 되고 쓰레기를 버리다 범칙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누구도 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로수 밑은 항상 쓰레기 더미로 덮여있다.
‘2019 베트남 국가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고형 폐기물 처리의 약 71%는 매립으로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매립 폐기물의 70%는 불완전상태로 매립되고 결국 침출수가 외부로 흐르거나 일부 폐기물들은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베트남은 세계 5대 해양오염 국가 중 하나이다.
베트남 정부는 2022년 생활 폐기물 분리배출을 의무화하는 환경보호법을 발표했지만 폐기물 분류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처리할 장비를 갖춘 지역이 많지 않아 효력이 거의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2024년 말까지 생활 폐기물을 의무적으로 재활용 폐기물, 유기성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기타 폐기물 등 3가지로 분류배출하는 지침을 하달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책에서 이야기하듯,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 누군가 바로 뒤따라 쓰레기를 버리는데 동참하고 그곳은 바로 쓰레기통이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정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대책이다. 법이 있어도 시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제도와 법은 실행되는데 오랜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베트남 정부에서 20년 전부터 쓰레기 폐기물 분리수거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였지만 지금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내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보긴 하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면 내용물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내 모습을 보시곤 "당신이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지!"라고 호통을 치신 분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휴지통이 아닌 곳에 무엇이든 버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린 경우 벌칙으로 주변의 꽁초를 같이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
시민의식과 시민들의 솔선수범이 진행되지 않는 한, 한국과 같은 분리수거는 요원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