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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8. 2024

베트남 한류

마음 아프게 일본만 못하다 

 베트남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한류의 열풍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왜일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베트남과 연관을 지어 마치 베트남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양 떠드는 것일까?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트남인들은 한국사람들보다 일본사람들을 더 좋아하고 일본음식을 더 좋아한다. 이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음식에 대해 접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 뿐이다. 호찌민시의 가장 번화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함께 있는 사이공센터와 다까시마야를 다시 찾았다. 4층의 식당가에는 각 국의 레스토랑들이 입점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고객이 많은 곳은 단연코 일본 식당들이었다.

다케시마야 백화점 식당가 전경

 물론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이나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진출에 있어 경계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 많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 한국보다 19년이나 앞선 1973년에 국교를 수립하였고, 1992년에는 베트남에 3억 7천만 달러의 경제원조를 제공하였다. 수 차례 언급하였지만 베트남의 공항, 도로, 대교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은 일본의 경제원조로 조성된 것 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약 5년간 일본군이 북 베트남과 남 베트남에 진주하여 점령을 한 적은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일본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다.

호찌민시 탄손녓 공항 입구 일본 ODA 기념 현판

 현재를 사는 일본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사람 개인은 조용조용하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떠벌이기 좋아하고 폭력적이고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는 술집에서도 그런 인식이 있다. 한국 남자들은 팁을 주면서도 생색내고 아가씨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약속한 금액도 지불하지 않는... 소위 저질이라는 것이다.

 

 일전에 호찌민시의 한 공원에서 일본과 베트남의 관계를 기념하는 행사를 보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양국의 사람들이 정말 구별되지 않게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아이돌이나 유명가수가 무대 위에서 뽐내듯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서로가 승리하는 길이 아닐까?

호찌민시 시내 공원에서 펼쳐진 일본 문화 축제 전경

 내가 너무 한국 한국사람들을 비하했나? 다른 의도는 없다.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뿐이고, 특히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가 베트남에만 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평가하는 모습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가 그들과 함께 윈윈 하기 위해서는 더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호찌민시의 1군 시내에는 일식당의 숫자가 한식당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 그것을 상징한다.

 

 10여 년 전, 함께 근무하시던 베트남 부사장님이 내 앞에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보다 못 살던 한국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그걸 못 하겠는가!" 지금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항미전쟁(월남전) 당시 구찌터널 아래서 기습할 기회만을 노리고 숨어 있던 그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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