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아니면 쪽박
서울에 있을 때 쓴 일기 중에 발견된 내용이다.
양천도서관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 & 개발 바이블]이라는 책을 발견하여 읽다가 깜짝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의 아파트 구입 허가에 있어서 단지 내 30% 이하에서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ward(한국의 區 개념)내에서도 250세대로 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즉 내가 알고 있던 안푸나 푸미흥도 이제는 거의 Limit에 다다랐다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K-vina에서 검토하고 있는 투티엠의 경우 신규로 건설을 하는 것이니 250세대를 다 끌어 올 수는 있다는 가정은 가능하나 불가하다는 것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을 알아야 채우고 그래야 그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 2017년 12월 13일 일기 中
지인 중 한 분이 얼마 전 호찌민에 있는 아파트 분양을 하셨는데, 중도금을 내는 것도 버거운데, 한 가지 더 걱정거리가 생겨서 중도금을 만들어 내는 게 더 짜증 나는 게 문제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
이유인 즉
1. 외국인이 산 아파트는 되팔 때 외국인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전에도 몇 번이고 안전을 위해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임을 알려 드린 바 있다. 물론 지금 법적 규정상에 명백하게 공시된 내용은 아닐지언정, 가능성이 있다면 고려해야 하는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이제는 모든 베트남 사람들이 공공연히 그 규정을 입으로 얘기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향후 정부에서 '이 내용 공론화 되어 있던 것이고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한다면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베트남도 지속적으로 개방되어 합리적인 법체계로 편입될 것은 분명하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가 문제이다. 올해 집을 사서 2~3년 후에 팔아야 하는데 팔지 못한다면 그때는?
2. 외국인이 아파트를 살 때는 아파트 매입 대금에 대한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는 이 분이 베트남에 오래 사셨다고 하시면서 어찌 이런 정도도 모르셨는지. 전에 몰랐더라도 대출을 생각해서 구입하시는 것이라면 계약 전에 대출 가능여부를 확인하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두 가지 사항만 고려해 봐도 베트남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여 투기를 목적으로 아파트 사는 일은 하지 마라. 그 꼴은 우리 사회주의 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다. 아직은! 이라는 의미이다.
중국도 물론 그렇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외국인 아파트 구입 및 처분이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처음 중국에 들어간 2001년 이후 1년이 지나서야 외국인 거주지역이 해제되었고 2004년이 되어서야 외국인 아파트 구입이 허용되었고...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베트남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언론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내 돈이라면 저렇게 함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나도 지금 이곳에서 아파트를 구입해 놓고 있고, 또 다른 좋은 곳을 찾아 고민하고는 있다. 좋은 곳이 생기면 한국에 지인에게 투자처를 소개해 줄 의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구입해 임대를 주고 있는 아파트를 가지고 투자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해 보고자 한다.
2007년이었다. 한국에서 9만 불을 들여와 호찌민시의 2군에 있는 대원 칸타빌을 구입하였다. 월 500불에 임대가 계속되었고, 2012년 나는 한국으로 복귀 발령을 받아 귀국하면서도 그 집을 팔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베트남이 IMF 위기에 처할 정도로 경기가 안 좋아 아파트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그 아파트를 팔고 새로운 원룸 오피스텔로 갈아탔다. 운이 좋은 것이다. 한국에 있던 사이 아파트 가격이 회복세를 탔고 10여 년 만에 1만 불 정도는 비싸게 팔았으니 말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아파트를 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무덤덤하게 6개월~1년에 한 번씩 임차료만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500불 * 12개월 *10년, 부동산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5만 불 이상을 고스란히 챙겼으니 괜찮은 장사이다. (비록 지금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ㅎㅎ)
지금쯤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외국인이 산 아파트는 외국인에게 못 판다고 해 놓고 당신은 어떻게 팔았어요?"라고 질문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맞다. 지금 분위기라면 못 파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원 칸타빌의 경우는 또 한 번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면 일종의 등기증 같은 '핑크 북'을 발급해 준다. 40년간 또는 50년간 소유를 할 수 있는 권리증과 같은 것이다. 베트남 현지인에게는 '레드 북'을 발급하여 영구소유를 인정해 주고 있다. 즉 핑크북이 발급되고 나면 이 아파트는 외국인 소유라는 것을 보장하고 증명해 주는 안전장치이자 규제 증서인 것이다.
내가 대원 칸타빌을 팔 당시까지만 해도 대원의 부실관리 때문인지, 정부의 발급 지체였든지, 아무튼 이 집에 대해 핑크북이 발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대원 측과 40년 임대차 계약만 체결되어 있는 형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파트를 현지인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현지인은 레드북을 발급받았을 것이고, 다른 외국인 아파트 구입자들도 핑크북이 발급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내게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핑크북이 발급되어 있었다면 다른 외국인에게 그 집을 팔기 위해 부동산을 몇 번이고 다니면서 골치가 섞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인이 이미 준공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를 구입하였다가(그분은 아예 이곳에 정착을 하시고 평생을 사시겠다고 하시는 분이다) 핑크북이 발급되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하시는 것을 보았다. 새로 신축하는 아파트에만 외국인의 아파트 구입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집에서 쫓겨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팔지 못하면 남은 임대 기간을 지나서는 그냥 아파트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의 아파트 투자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그만큼 함정도 많고 구입 전에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돈을 투자하기엔 쉬운데 번 돈을 빼 나가기엔 정말 어려운 나라.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통적인 모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