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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9. 2024

믿음은 순간 방종으로

베트남 직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매장이 한창 바쁠 시간이었다. 고객과 매장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가니, 한 직원이 매장의 플로어에서 휴지통을 엎으며 뭔가를 큰 포대에 담고 있었다. 플라스틱 음료통과 알루미늄 캔을 챙기는 것이다. 평소에 그걸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자기 물건 챙기기에 정신이 없는 것이다. 손님들도 매장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자기 것 챙기기에 바쁜 직원

 '지금 뭐라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항상 그래 왔는데 왜 지금은 못 하게 하냐?"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자기는 이미 근무시간이 끝났고, 허락한 물건을 가져가는데 왜 뭐라 하는 거야!'라고 할 것이다.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내 것 내가 챙기는데 누가 건드려!'  '한 시간에 시급 1,000원을 받는 직원에게 얼마나 큰 것을 기대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찌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상황판단을 하고 대처하는 사람들이 늘수록 베트남이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베트남에서 20여 년간 생활하면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서 느끼는 공통점은 조금 풀어주면 바로 자기 멋대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잘 일을 하는 것 같아, 권한을 주면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것을 마구 부린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와서 회사를 꾸리거나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기의 권한을 막강하게 행사하는 직업은 아마도 통역과 비서 역할을 하는 업무일 것이다. 처음 한국인을 맞아 통역을 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자기의 통역업무에 곧잘 해낸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자기가 법인장이나 사장이 된 듯이 행동한다. 법인장이 한 마디를 하면 통역은 두세 마디를 하고 거꾸로 현지인이 하는 말은 두 세 마디인데 돌아오는 통역의 대답은 한 마디이다. 베트남 말이 한국어 보다 설명이 많고 길어서? 물론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행동의 변화를 보면 그들이 '완장을 찼구나!'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하루는 베트남 진출한 한국기업의 한 부서가 우리 매장에서 회식을  진행하였다. 부서장인 한국 사람은 내게 "음식 주문이 안 나온 게 있는데 체크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히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통역을 하는 베트남 직원 여자가 서툰 한국말로 이것저것을 요구한다. 부서장과 안면이 있었기에 "네..." "네..." 하면서 응대를 해 주고 원하는 대로 해 주었지만, 속으로 '이 아이도 완장을 찼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부서장 옆에 짝 달라붙어 현지인들의 말을 전달하는 척하면서 자기가 중간에서 부서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현지인 직원들에게. 베트남 직원들을 대할 때는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해 주고 수시로 경과를 체크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내가 지시하지 않은 내용이 직원들에게 지시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지시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시간이 흘러 결과보고를 받아 본 후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에 대해 문제와 책임소재를 찾는 것은 의미도 없으며 무엇보다 회사 업무 지연 또는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잡담하다 나를 발견하고 포즈를 취하는 직원들

 예뻐 보이는 직원들 사진이지만, 짧은 시간에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망각하고, 편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매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 세 직원들은 나름 우리 매장에서 베테랑이라고 할 정도로 고객 응대도 잘하고, POS 운영도 잘하는 친구들이다. 플로어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분주한 시간이 있었는데, 이 직원들이 홀 서빙을 피해 POS 카운터에 앉아 식기들을 닦으며 말장난을 치고 있다가 내가 사진을 찍자, 무슨 일인 지도 모르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다. 홀 서빙에는 이제 근무를 시작한 지 5일도 안 된 신참들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난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오더 클레임과 계산 클레임에 고객을 응대하는데 분주해하고 있다가 이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정말 어디까지 인정을 해주고 풀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내 아들 딸만한 천진난만한 녀석들이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야, 그대로 매장 분위기가 밝으니 좋다'라고 참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렇게 자기 편한 자리를 찾아가는 저 순발력과 능숙함에 두려움까지 든다. '저런 애들에게 매장을 온전히 맡긴다?' 중간 관리자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통제하는 횟수와 강도를 줄여 나가는 것이 최종 관리자(한국인)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고 즐기는 것이 무서워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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