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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6. 2024

사람이 그리워지는 이유

그 사람을 믿고 함께 하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떠나간 매니저들이 생각이 나곤 한다. 모두 가족들의 요구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더한다. 지난 글들을 보다가 수석매니저에 대한 글을 찾았다. 그때의 마음도 다시 가다듬게 된다. 

 

 코로나 격리조치가 해제되고 매니저들이 출근을 시작하자 수석 매니저가 근무태도가 완전히 해이해졌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 상품을 보는데도 핸드폰을 붙잡고 메시지 작업을 하지 않나, 몇 번이나 지시한 내용을 다음 날이 되면 까먹고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아 보였다. 저녁에 매니저들이 퇴근한 후에 매니저를 불러 세웠다. 요즘 근무태도가 너무 엉망이 되었다고 이 번 달 행동을 주시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수석 매니저 보너스 등도 보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두 매니저를 지도하고 관리하라고 매달 1,000,000동의 직책 수당을 별도로 지불하고 있는데 지금의 행동은 직원보다도 못한 상황임을 여러 상황을 열거하며 혼을 냈다.


 저녁에 일부러 먼저 퇴근을 하면서 다운 작업을 혼자 하라고 지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에 매장에 나와 보고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젯밤, 가기 전에 남은 김밥은 냉장고에 넣고, 핸들카도 매장 안에 넣고 가라고 분명히 지시를 했는데 김밥은 매대 위에 놓여 있고, 핸들카는 매장 밖에 방치되어 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에어컨조차도 끄지 않고 문만 잠그고 간 것이었다. 오후에 출근한 매니저를 다시 불러 세웠다. 

 다른 매니저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연락을 해서 상황 설명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이제는 거꾸로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코로나 사태 때 혼자서 돕고, 하루도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잘 해내줘서 고맙다고도 하고, 새로 일을 시작한 매니저들이 한 달 이상을 집에서 빈둥거려서 게을러졌을 테니 우리가 더 제대로 근무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달래기도 하였다. 혼이 엄청 날거라 생각했는데 별로 질책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은 정신을 차리는 듯하더니 저녁이 되자 멍한 모습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마약에 손댄 것 같은 무능한 눈 빛 등이 불안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정색을 하고 “넌 지금 분명히 전과 달라진 상태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하고 문제가 있으면 얘기를 해서 회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같이 해결하고 그렇지 못한 일이라면 네가 스스로 해결하고 근무는 정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이렇게 행동할 거면 아예 이틀이건 일주일이건 휴무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나오라고 말했다. 지난번에 오토바이를 공안에게 빼앗겨 돈을 많이 쓰게 되었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이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한다는 말도 하면서 문제가 많은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도 힘이 없이 그저 이것저것 핑계를 대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공안에게 뺏긴 돈을 찾을 수도 없는 것이지 않으냐? 부모님이 진정 돌아오라고 하시면 가야 하는 게 맞냐? 고 묻자 이번에 꼭 그런 것은 아니라며 말을 또 돌린다. 며칠 휴무를 해도 좋으니 지금 말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제대로 일 할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출근하라고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코로나 혼자도 해 냈는데…. 이 친구 퇴사하고 월에 나가는 월급을 아낀다면?’ 

 매니저들도 출근을 시작했고, 직원들도 출근을 한다. '굳이 정신줄 놓은 직원을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혼자 소주를 한 잔 하면서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들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항상 ‘같이 노력하고 발전시켜서 더 큰 회사,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하자’고 얘기했었다. 특히 이 직원은 매장과 회사를 키워 내가 없을 때도 맡기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기로 하고 일부러 Supervisor 직책 수당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일시적으로 방황한다고 버리면, 정말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공감 매장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은 큰 딸아이와 나이가 같거나, 심지어 더 어린아이도 있다. 이 직원은 딸과 나이가 같다. 우리 재현이는 지금도 매주 교통비를 받고 있고, 용돈이나 부가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고 있다. 계획적인 삶을 살라고, 목표를 세워 실천을 해보라고 그렇게 말을 하고, 여기 있는 직원들의 시급과 업무를 얘기해 줘도 ‘소 귀에 경 읽기’ 일뿐이다. 다 큰 성인이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같이 살아주지도 못한다는 죄책감에 싫은 소리는 되도록 안 하려고 하고 있지만 가끔 어린애처럼 그저 받아서 편하게만 살려는 모습을 보면서 속이 상할 때가 있다.

 

 이 직원도 그런 나이이다. 어찌 보면 코로나 방역 조치로 혼자 나와 근무를 하면서 오토바이도 경찰에게 뺏기고 벌금도 내고 하면서 ‘나만 왜 이렇게 생활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내가 직접 하는 매장 일인데도 가끔 ‘나 혼자만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들이 출근하기 시작하자 나도 벌써 그만큼 나태해지고 쉬려 하지 않는가!

 4일 동안 연락도 하지 않다가 일요일 저녁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젠 좀 마음이 안정되었니? 내일부터 근무할 수 있겠니?”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내일부터 일 할 수 있다”며 몇 시에 출근하면 되는지를 물어 왔다. 월요일 저녁 그 직원이 근무를 시작한 후, 다른 매니저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그를 불러 앉혔다. 그동안 집에서 생각을 해 보니 어땠는지를 물으니 자기도 며칠 쉬면서 생각해 보니 스스로도 게을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근무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제부터 열심히 근무하겠다며 씩 웃는다. 다시 한번 왜 회사에서 너에게 Supervisor 직책을 부여하였는지, 이 매장이 전부가 아니고 다른 매장,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네가 그렇게 행동하고 게을러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며칠간 근무하지 말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한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 주었다.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서,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 번에 만약 행동이 불성실하다고 그냥 내버려 두거나 퇴사를 유도했다면 중장기적으로 어느 다른 현지인을 믿고 같이 해 나갈 수 있었겠는가! 매 번 직원을 바꾸다가 내가 지쳐 베트남 사람, 믿을 놈 하나도 없다며 내가 지치고 사업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간의 휴식 후에 반성하고 미안해하며 다시 근무를 하기 시작한 직원이 대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없어도 매장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 신규 매장이나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할 때 현지인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고 그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내가 아니고 베트남 현지인들이다. 서로를 믿고 서로 보듬고 가야만 모두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몇 개월 후 그 직원은 부모님이 만든 매장을 관리한다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믿고 생활을 했기에 그 매니저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고 서로 메시지로 안부인사를 하곤 한다. 그때 나의 오해로 그 직원을 해고했다면 지금의 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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