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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6. 2024

무성의의 결과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전기 프라이팬의 콘센트가 문제가 생겼다. 

 전선의 일부가 끊어진 듯 해 임시조치를 해 보았는데도 작동이 되질 않아 직원에게 이런 콘센트를 수리하거나 살 수 있는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 하루가 지나서 내가 확인을 해 보았냐고 묻자 그제야 방법을 찾아 모는 척하며 부산된다. 옆에 있던 주방장이 전파상의 위치를 알려주며 갔다 오라고 하니 그제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곧 예약한 고객들이 오실 시간인데.... 마트로 달려갔다. 우선 프라이팬을 하나 더 사놓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수리가 안되면 다른 것을 이용해서라도 음식은 제대로 제공하여야 할 테니. 마트에 가서 보니 다른 회사의 제품인데도 콘센트는 같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매장에 3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는 없으니.

 고객들은 이미 매장에 도착한 상태였다. 새로 사 온 콘센트를 이요하여 기존의 프라이팬에 연결해 보니 작동이 되었다. 다행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직원이 콘센트를 수리해 왔다며 환하게 웃는다. 전선에 문제가 있어 전선을 바꿔왔다고 한다. 그런데 코드를 꼽아보니 불이 들어오질 않는다. 

 직원의 하는 말 "전기 기사가 이렇게 전선을 바꿔도 작동하지 않으면 코드 인입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그것을 바꾸던지 새로 구입해야 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 그 자리에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작동이 안 되면 잘못된 부분을 바꾸던지 했어야지!"   

 "왜 그 자리에서 확인을 안 한 것이야?"라고 묻자 입만 꾹 닫고 머리를 푹 숙인다. 

 손님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이고 우선 새로 구입한 프라이팬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화를 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식당 문을 닫을 시간이 되니 그 직원이 내게 다가와 웃으며 내일 아침에 전파사에 가서 앞부분을 수리해 오겠다고 한다. 오늘 아침 출근 예정시간보다 느지막하게 직원이 매장에 도착했다. 아마도 출근시간에 맞춰 전파상에 가서 수리를 확인하고 오는 것이니 늦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했으리라. 

  

 내게 콘센트를 꺼내 보이면서 앞부분이 고장이 난 것인데 그곳에서는 수리가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그런 제품을 팔지도 않는다고 한다. 

 '자기는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고, 내가 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가게에서 팔지 않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라는 식의 표정에 더 이상 혼을 낼 기운도 없다. 


 베트남이라서 그럴까

 우리 와이프, 아이들에게서도 일처리에 대해 속상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제대로 못하는 일이 많은데, 남을 내 맘대로 되게 하는 일이 쉽겠나?' 싶은 마음으로 나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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