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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6. 2024

베트남 병폐를 몰아 경험한 날

시간, 서비스, 책임감 부재를 동시에 경험

 이제 무뎌질 때도 되었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시간 개념 없고, 서비스 개념 없는 모습에 또 화를 내고 제 풀에 지쳐 버렸다. 

 

 며칠 전 베트남 고객이 냉동품을 집어 보시더니 내려놓고 그냥 가시길래, 정리를 할 겸 쇼케이스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상품이 녹기 시작했던 것이다. 온도 계기판을 보니 14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에 매장 오픈을 점검할 때도 이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기기가 이상해진 것이다. 전선코드를 문제가 있는 것이면 계기판에 불도 안 들어왔을 텐데... 코드를 다시 꼽아 보고 온도 조절을 해 보아도 냉기가 나오질 않는 걸 보니 분명 갑자기 이상이 생긴 것이다.

매장입구에 배치한 대형 냉동쇼케이스가 고장 난 상황


 구입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A/S 보증기간 내에 있었다. 기종과 상태에 대해 사진을 찍어 업체에 연락을 하고 빨리 와서 체크 및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도록 지시하였다. 업체 담당자와 연락을 취했다는 직원은 ‘내일 오겠다’고 한다고 답변하였다. 그렇게 내일 내일 한 것이 사흘이 지났다. 화가 치밀어 "도대체 내일 내일이 며칠이냐?"며 정확히 언제 올 건지 시간까지 답변을 받으라고 했는데 직원의 답변에 기가 막혔다. 바쁘니 다음 주에 오겠다는 것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렇게 보고를 하는 직원도 너무 태연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직원에게 화를 내 보았자 ‘자기는 잘못 없는데 왜 나한테 성질을 부리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 

 회사의 사장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고하라고 하고,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사정을 설명하며 조속한 수리를 요청했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기술자가 오지 않아 이번 주 내내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빨리 기술자를 보내 달라고 하자 “이해한다” “알아보겠다”라고 하더니 결국 돌아온 답변은 다음 주였다. 다음 주가 되어야 진짜 고쳐질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내가 먼저 지쳐 버렸다. 베트남 고객들도 이렇게 상품이 없이 빈 통으로 남아 있는 모습에 익숙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장에서 전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순번을 맞춰야 하는 등의 내부적 조치가 필요하여 즉시 발급이 안되고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곤 했다.

 요즘 부쩍 세금계산서 발행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분명 매니저의 게으름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던 차에 한 고객이 내게 전화를 주시고 단체 주문을 하셨기에, 매니저에게 세금계산서를 직접 내게 달라고 지시하였다. 바로 당일날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다음 날 다시 한번 메시지로 세금계산서를 달라고 지시하였다. 물론 답변은 “알겠습니다”였다. 

 셋째 날이 된 아침, 세금계산서를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어제저녁에 고객에게 이메일로 보내드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고객님께 이메일로 보내 드렸으니 확인해 주십사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상상도 못 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직원이 제 이메일을 어떻게 알고 보냈을까요?”라는 메시지였다.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직원에게 ‘네가 이메일로 보냈다고 하는 세금계산서를 내게 바로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그건 자기가 보낸 게 아니고 다른 매니저가 보냈다는 것이다. 슬슬 화를 돋우고 있었다. 지명한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네가 세금계산서를 보냈다고 했는데 그 자료 내게 보내라고 하자, 어제저녁에 세금계산서 발행을 위한 기업정보를 요청했는데 답변이 없어 아직 작성하지 않았고 5분만 기다리면 바로 작성해서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횡설수설 대기 시작했다. 기업정보를 못 받아 발급하지 못한 것을 지금은 어떻게 5분 만에 발급한다는 것인가! 


 점장부터 두 매니저 모두 사흘 동안 허위보고를 하고 고객을 기만했으니, 처벌받을 각오 하라고 호통을 쳤다. 30분이 지나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이 걸 고객이 어떻게 사용하냐며 파일로 달라고 하자, 이젠 세금계산서를 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는 지를 모르는 것이다. 기가 찼다.


 공감 3호점은 면적이 작은 관계로, 외부에 매대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는데 제작에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며칠 걸린다는 말에 ‘베트남에서…’ ‘전에도 오래 걸렸는데…’라며 이해를 하고 있었다. 매니저가 처음 당당하게 이틀이면 된다고 한 것이, 일주일이 되어도 결과물이 없어 얘기하자 그제야 독촉을 하겠다고 한다. 아침에 배달을 해 주기로 했다며 아침 8시에 매장에 와서 물건을 받아주고 확인을 해 달라고 했다. 

 매장으로 나갔다. 10시가 되어도 약속된 매대는 오지 않았다. 매니저에게 언제 오는지 정확한 시간을 달라 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제야 “아직 다 만들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보고가 왔다. 다음에 언제 가져온다는 것도 없이. 결국 그날 저녁까지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세 가지 사건들이 하루에 동시에 일어났다. 깊은 숨을 쉬면서 마음을 고르려 애를 써 보았지만 쉽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의 증오스러운 행동과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업무 태도, 남 핑계를 대며 자기의 책임은 모면하려는 비겁함 그리고 약속에 대한 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간관념. 이 모든 싫은 모습이 한꺼번에 내 머리와 가슴을 누르는 하루였다. 정말 베트남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서 시간과 약속에 대한 개념, 책임감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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