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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0. 2024

배려는 곧 권리

배려를 권리로 생각하는 베트남인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고, 매장에 나와 정리를 하고 어머님께 한 주 안부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이곳에서 운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과 쇼핑몰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음료를 드리면서 지난 한 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다.

 평상시처럼 청소를 하시는 미화원이 매장 앞을 지나가길래 불러 알로에 음료를 건네려 하니 이건 싫고 ‘아침햇살’ 쌀 음료를 달라는 것이었다. 모른 척하고 알로에를 다시 건네니 저걸로 달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치 주인이 지시를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기가 차서 "됐다. 가라"라고 손짓을 하며 매장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돌아와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냥 달라는 것을 주면 될 걸 왜 괜스레 속으로 화를 내고 있나!’

 ‘감사할 줄도 모르는 작자들은 호의를 받을 자격도 없어!’

 ‘네 욕심 때문에 다른 미화원들도 다 음료를 얻어먹긴 글렀어!’ 등등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베트남 시민들 중엔 아직 ‘감사’에 인색하고, 남의 호의를 마치 자기의 권리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설 연휴에 기업에서 지급하는 퇴직금도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13개월째 월급이라고 불리는 보너스는 원래 연봉제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일 년 단위로 연봉에 대한 중간정산, 퇴직금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 노동자들은 매년 그렇게 받았으니 그건 당연한 보너스이고 퇴직을 할 경우는 퇴직금을 일한 년수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더 심한 것은 13개월째 월급이라고 받고 별도 보너스를 또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루는 매니저가 출근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여 귀가해 가족을 챙기라고 했고 그날은 출근을 한 것으로 처리를 해 주었다. 며칠 후 그 매니저가 오후 근무를 하는 날인데 메시지가 와서 집안에 일이 생겨 쉬어도 되겠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월급 지급을 위해 휴일 수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날 버젓이 근무를 한 것으로 보고를 했다. 그를 불러 그날 쉬지 않았냐고 물으니 자기가 쉬어도 되겠냐? 고 물어보았고 내가 허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날 근무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휴무처리 해야 한다고 말하니 지난번엔 집에 가게 하고 휴일처리를 안 해 놓고 이번엔 왜 휴일처리를 하냐며 도리어 따지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그날도 휴일처리 해줄까?”라고 하자 꼬리를 내리고 “알겠다”며 고개를 떨군다.

 

 ‘한국 주재원과 관광객이 골프장 캐디 팁과 가라오케 팁 물가를 다 올려놨다’는 말도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손발이 딱딱 맞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관광으로 왔으니 남들보다 조금 더 줘도 자기에겐 적은 돈이라고 생색내며 팁을 과하게 주게 되는데, 그다음부턴 그 팁을 받은 캐디나 도우미 여성은 자기는 당연히 더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인한테는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권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작은 일에도 반드시 반응하도록 항상 교육을 시키는 것이 있다. 내가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할 때 반드시 서로 큰 목소리로 “반가워요” “조심해 가세요” 등의 인사를 하게 하는 것.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반드시 “감사합니다”라고 목소리 내서 표시하도록 하는 것. 예를 들어 물건을 옮겨 주거나, 매장 문을 열어 주거나 했을 때에도 꼭 인사를 하도록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실수를 했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좀 더 많은 베트남 시민들이 ‘감사할 줄 알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개인의 삶과 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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