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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4. 2024

일본, 한국에 선전포고

선전포고를 국제법으로 성문화시킨 장본인, 일본

 인류는 항상 평화의 시대를 원한다고 하지만 하루도 전쟁의 위협이나 실제에서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 

 

 특히 한국은 지금, 휴전상태로 북한과 전쟁 중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언제 폭탄과 총알이 날아와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특히 선전포고도 필요 없다는 것은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럼 '선전포고'라는 것이 마음을 안정되게 해 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선전포고라는 단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상대방에 선포를 하고 상대방도 준비를 한 상태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6.25 전쟁도 북한이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남침을 하여 UN의 많은 나라가 북한의 부당한 남침을 응징하기 위해 직접 참전하여 북한과 중공군을 물리쳐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언제든 상대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일으키면, 부당한 침략에 전 세계가 정의롭게 대항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선전포고라는 단어를 제대로 살펴보니, 그것은 환상에 불과한 희망사항이었다. 

 선전포고(宣戰布告, declaration of war)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말한다. '베풀 선(宣)'자를 '먼저 선(先)'으로 착각하여 '전쟁 전의 포고'라 오해할 수 있으나, '선전(宣戰)'이라는 어휘 자체에는 '먼저' 혹은 '나중에', '즉시' 같은 시간 개념은 없고 단지 '전쟁을 선언함'이라는 의미만 있다. 다만, 실제로는 포고 없이 침략하는 경우 외교적 수사는 이미 유명무실하므로, 관례적으로 사전에 개시를 선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는 있다.      [ 나무위키 선전포고 단어 설명 중 일부 발췌 인용 ] 

 

 '선전포고는 언제 생겨났으며, 그것이 정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선전포고가 국제법으로 성문화된 것은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였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기습적인 침공에 수모를 겪은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가 강력히 주장한 덕분이었다.

 선전포고 자체는 고대부터 등장했다. 도시국가 시절 로마 역사에도 주변 도시에 선전포고하는 사례가 있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도 사례가 있다. 선전포고는 동양보다는 서양 전쟁사에서 더 많이 등장한다. 서구가 더 신사적이어서 그럴까?   

 선전포고는 정정당당, 기사도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외교의 폭력적 형태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국익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선전포고는 잘못되면 상대에게 전쟁을 대비하는 기회를 주지만, 전쟁 없이 결과를 얻으려는 마지막 노력이기도 하다. 자국민에게는 전쟁의 명분을 준다.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전쟁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서 국제적인 지지, 각국의 처신도 중요하다. 상대가 전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하루 이틀 전에 전쟁을 통보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유럽 국가도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선전포고가 득 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하면 생략하곤 했다. 

                                               [ 선전포고 임용한의 전쟁사 <182>  2021.10.12 참조 및 일부 재인용 ] 


 지난 4월 16일, 일본은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대해서도 수용불가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또한 외무성은 매년 4월에 발표하는 ‘2024 외교청서’에서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았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기존 표현도 그대로 유지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임진왜란이 있기 1년 전 이미 전쟁 발발 1년 전, 일본은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을 통해 조선 정부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멍청한 조정만 모르고 준비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 기시다와 통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2024.04.17 < 대통령실 제공사진 재인용 >

 하루 전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데 다음 날 그런 나라 총리와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대통령실에서 사진까지 공개하며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으로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자”라고 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야 '설마 전쟁을 일으킬라고?'라고 조정에서 분쟁이라도 했다지만 지금은 선전포고에도 웃고 있는 모습에 불안감이 앞선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가 서방에 대해 지원이 빠르지 않아 힘들다고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화까지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 제 나라 하나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놓고 도와주는 사람에게 도리어 역정을 내다니!  

 역사는 그대로 반복된다. 이미 일본은 대한민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근대세 이후 '선전포고 없이 전쟁하기'의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러일전쟁이 그렇고 진주만 폭격으로 시작한 태평양 전쟁이 그렇다. 실제 러일전쟁 이후 일본 때문에 국제법으로 성문화되기까지 하였다. 그래도 역사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을미사변, 만주사변, 진주만 폭격, 태평양 전쟁... 


 선전포고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전쟁 가능성, 국익, 국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북한, 러시아, 중국, 일본 심지어 미국까지 어느 한 나라도 믿을 만한 나라는 없다. 

 베트남이 지금 떵떵거리며 사는 이유도 자립으로 외세를 물리치고 독자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가 자립할 엄두부터 내었으면 좋겠다. 이미 대한제국이 청에 붙었다가, 러시아에 붙었다가 하면서 결국에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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