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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4. 2024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라

베트남의 수평적 평등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두 분 형님들과 식사를 하던 준, 한 분이 갑자기 "어제 형수와 한 판 했다"며 한 숨을 푹 쉰다. 형님은 늦은 나이에 베트남 형수를 만나 다문화 가족을 이루셨고, 작년 말에는 공주가 태어났다. 인생 이막을 일찌감치 넘겨, 느지막이 생긴 아기이니 얼마나 사랑스럽겠는가! 그런데 그 아이 때문에 형수가 형님에게 화를 내고 심지어는 베트남말로 심한 말을 해서 큰 소리를 내고 한바탕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아기를 키우는데 형님은 해 주는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연휴인데도 집안일은 하지도 않고, 애기 목욕이나 돌보기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애기 좋아서 안아 주고 뽀뽀해 주는 거야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며.

 물론 요즘 젊은이들이야 육아를 같이 하고, 집안 일도 나눠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세대들은 남편이 밖에 나가 돈 벌어오면 아내가 아이들 키우고 뒷바라지하는 게 일상이 아니었냐며 우리에게 위로를 받고자 하시는 눈치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저도 피해서 이렇게 떨어져 살고 있지 않나요?"라고 우스개로 맞장구를 치는데 다른 한 분이 목소리를 높이시면서 "져주지 않고 너처럼 했다간 확신컨대 10년 안에 이 나라에서 쫓겨난다"라고 하신다. 형수님한테서 쫓겨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특히 안 사람이 자기도 돈을 벌고 있거나, 재력이 조금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빨리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놀란 표정으로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 형님도 20여 년 전에 베트남에 오셔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여기서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들한테 혼을 낼 때도 반드시 형수가 있는 앞에서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말이 나오고 형수와 싸우곤 하기 때문이란다. 한 번은 아이들의 행동이 우리의 것과 다르게 행동하길래 혼을 내니 형수가 반박을 했다 한다. 베트남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국의 문화, 예절 등도 알고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소리를 높였는데 돌아온 답변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셨다고 한다. 

 "애들이 지금 한국에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지금 베트남에서 살고 있으니 베트남 예절, 문화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공동 육아를 하는 것이 대세이고 일종의 운명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베트남 여성에 대해 현실적인 경험의 말씀을 들으니 다시 한번 베트남 여성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이 베트남 현지 여성과 결혼을 하고 또 얼마 안 가서 파경에 이른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게다가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재산을 다 해 먹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많다. 문득 '한쪽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여성이 이해하지 못하고 견디기 힘든 한국 남성의 그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존여비의 관념 자체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듯하다. 종족 유지를 위한 남성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부패한 조선시대 유교의 '남성은 존엄하고 여성은 비천하다'는 그른 사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국이건 베트남이건 결혼이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해 가는 기나긴 과정인데, '서로가 너무나도 큰 서로의 민족적 문화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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