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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5. 2024

나눔으로 시작한 하루

마음이 이쁜 사람들

 아침 일찍 4~5살로 보이는 꼬마 아가씨가 혼자 매장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매장을 둘러보더니 내게 뽀로로 음료를 가리키며 "삼촌 이건 얼마예요?"라고 수줍게 물어본다. 매장에서 35,000 vnd에 팔고 있는 음료이다. 가격을 말하니 다른 음료를 찾아보는 듯하더니 그냥 나가려고 한다. 그제야 꼬마 아가씨의 손을 보니 10,000 vnd 짜리와 1,000 vnd 2,000 vnd 잔돈 한 묶음을 쥐고 있다. "얼마 있어요?"라고 물으니 25,000 vnd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만 내고 가져가라고 하니 한 번 멈짓하더니 "이 가격 비싸요..."라며 밖으로 나간다. '그 돈 내고 가져가라고 할까?' 생각하는 사이 아가씨는 나가버렸다. 

 아마도 GO Mart 슈퍼로 가는 것이리라. 그곳이 더 싼 것을 알고 있어 뒷모습만 한 번 보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 5분이 지났을까? 유리 너머로 그 꼬마가 다시 매장 앞을 지나 가는데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아...' 슈퍼 오픈시간이 8시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아 그냥 돌아오는 것이리라. 아니면 그곳에서도 가지고 있는 돈으로 마음에 드는 음료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을 수도 있겠다. 

 아까 꼬마 아가씨가 가리켰던 음료를 하나 들고 매장을 나섰다. 두세 번을 부른 후에야 아가씨는 뒤를 돌아보고 나를 쳐다본다. 풀이 죽어 있다. 엄마에게 어렵게 받아낸 돈인데 결국 먹고 싶은 것도 못 사고 돌아가는 처지일 테니... 그녀가 골랐던 음료를 보여주며 가져가라고 하니 우물쭈물한다. 받기를 주저하는데 "이거 공짜예요. 가져가서 마셔요"라고 하자 그제야 얼굴이 환해지면 "감사합니다. 삼촌"이라며 집으로 향한다. 매장을 지나 걸어가는 때와는 달리 발에 힘이 실린 발걸음이 이쁘다. 

 마음이 이뻐지는 것 같다. 


 어제 실은 글들을 보고 있는데 매일 아침 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이 커피를 들고 매장으로 들고 들어오신다. MUMUSO-공감 매장이 문을 닫은 후 그분들이 운동 후 아침을 즐기는 하일랜드 커피숍과 우리 공감매장은 거리가 생겼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 일부러 커피를 사서 내게 가져다주시는 것이다. 

감사의 마음으로 저기 계시는 분들께 박카스를 전달해 드렸다. 


 꼬마 아가씨로부터 시작된, 착하고 마음이 이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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