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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5. 2024

인생,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매일같이 좋은 날은 아니어도 사는 게 인생이다

 "인생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라는 글을 접하였다. 

 '후' 안도의 한 쉼이 나오고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그리 어렵거나 뒤처지지 않는 그런 그냥 삶이구나 싶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사태 때의 격리와 통제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살 것 같다 싶었는데 주위를 보면 딱히 더 좋아졌다고 웃는 모습이 많아 보이질 않는다. 자주 뵙던 분들 중엔 해외조직 축소로 해고되어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현지에 잔류하신 분도 있고, 인근 省에는 공장 매각이나 폐업을 추진하는 기업 이야기들도 자주 들린다. 바로 내 주위엔 절친 중의 한 명이 푸미흥에서 식당을 하다가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데 '그것도 장난이 아니라'며 스트레스가 심한 지 통화등에서의 목소리가 마치 병원 환자와 말하는 듯하다. 나야 아는 분들에게 "보리고개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사장님이 돈을 못 보시면 누가 벌어요?"라고 반문할 때 보리고개인 내게 저렇게 말하는 것 보면서 저분도 힘드신 게 분명하다 싶어 그저 웃어 넘어가곤 한다.  


 그러고 보면 어렵지 않은 시간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IMF, 금융위기, 사스, 메르스, 사드,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세계 사태에 한국과 한국인 모두 새우 등이 이미 다 터졌어도 아무 이상할 것이 없는데 아직 거뜬한 것이 기특하기만 하다. 

 한 때(실은 지금도 가슴속 한 구석에 숨어있기는 한 듯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아이들 시집, 장가보내고 나면 혼자 시골 절의 암자에 들어가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아이들도 아직 출가시키지 않았으나 다 멀어지고 나면... 그런데 요즘은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기도 하다.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여기나 저기나, 지금이나 어제나 또 내일이나 결국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경상남도 남해 망운암 : 대학시절 한 여름방학 내내 살았던 곳이다

 당나라 말, 운문스님이 말씀하셨다. "보름 전에 일은 묻지 않겠다. 안거 끝난 다음(15일 후의 일)에 대하여 한마디 말해 보거라"라고 하신 후 스스로 대답하셨다. "日日是好日 : 매일같이 좋은 날이로다" 


 딸아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Dad how r u'  

 이렇게 답변을 보냈다. '오늘 어디서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구나. "인생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런데 우린 잘 먹고 잘 살진 못해도 행복하면서 즐기면서 살자꾸나!! 사랑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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