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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6. 2024

인사 잘하는 매장 만들기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표현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때, 사장님이 새로 부임하신 이후로 갑자기 '인사 잘하는 백화점'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店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서비스 매니저였다. 인사를 잘하는 백화점을 만들라고? 호텔처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시키라는 것이 신임 사장님의 지시사항이었다.

 매장에서 인사를 잘하자고 인사를 잘하는 사람에겐 칭찬도 하고, 커피 쿠폰도 주면서 매장의 직원들이 고객분들께 인사를 잘하기를 바라며 매장을 돌아다녔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고객분들께 인사를 잘할 수 있을까? 내 고민의 해답은 인사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왜 인사를 해야 하지? 인사를 하면 뭐가 좋은 거지? 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고객을 만나는 처음 시작이잖아요. 좋은 인상을 만들어야죠”

  “고객을 맞는 기본이지요”

  “서비스업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내게 돌아온 답변이었다. 하지만 뭔가 내 마음을 뻥 뚫는 답변은 없었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퇴근 후 잠자리 전에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유튜브, 인터넷 서핑을 하였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왜 인사를 하라고 할까? 초등학교 아이들은 왜 인사를 그렇게 잘할까?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하던 내게 우리 아들이 해답을 주었다. “상진아 어렸을 때 선생님이 왜 인사를 하라고 하셨지?”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우리 아들은 내게 말했다.” “별거 없어요. 다른 분들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특히 자주 보는 분들께는 인사를 더 잘해야 해요. 그래야 저한테 더 잘해 주시거든요. “ 

 맞다. 인사는 상대방에게 대한 관심과 배려이며, 결국 자기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배려해 주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 이것보다 더 정확한 답변이 있을까! 이러한 내용을 店의 전 직원들에게 교육하였고, 매장에서 고객님께 인사하는 횟수나 태도에서 변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국 店에서 인사를 가장 잘하는 점포로 선정되기도 하었다. 인사를 잘해서가 아니라 인사에 대한 의미를 알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며 고객의 눈에서는 ‘정말 인사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 결과일 뿐이다. 

 처음 인사 캠페인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몇몇 관리자들이 고객님의 불만을 핑계 삼아 인사하는 캠페인이 친절한 서비스에 역효과가 난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직원도 아닌 우리 관리자들이 그런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고객님께 인사를 하자 "무슨 일 있냐?"라고, "갑자기 이렇게 하니 어색하다"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인사를 하면 고객이 왜 인사를 하냐고 정색을 하실까? 비행기의 스튜어디스가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라고 한다고 고객이 이상해하고 불편해하실까? 그렇지 않다, 왜일까? 

 그 이유는 고객이 호텔이나 기내에서는 그런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에서는 그런 대접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신 것이다. 그럼 그런 고객님을 위해 상위의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고객의 니즈는 항상 진보하고 있으며 나아간 서비스와 상품 등은 후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신임 사장님의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호텔급의 서비스를 이룩하여 백화점 내에서 서비스 차별화를 이룩하고자 하신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고객의 불만을 초래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래야만 직원들을 설득하고 인사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백화점에 들어오시는 고객님께 인사를 드렸다. 나와 직접 얼굴이 마주치지 않는 분들께도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이 인사말에 대한 고객님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매일 2시간씩 4일간 진행한 실험에서 총 754분들에게 인사를 실시하였는데 약 67%인 650분이 인사를 받아 주셨고, 약 30%가 반응이 없으셨으며 34명의 고객분이 이상하다는 표정이나, 무슨 행사하냐는 등의 말씀을 하셨다. 분명한 것은 인사를 받아 주시는 분들이 느낌이 아주 긍정적이었다는 점과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신 분도 금방 그 인사에 거부감을 없애셨다는 점이다. 실제로 처음 캠페인이 시작되었을 때 店에서는 오픈 행사와 폐점 행사 시간 외에도 3시와 5시에 점장님과 각 영업팀 팀장들이 모두 정문에 나와 고객님들께 인사를 하는 의식을 진행하였다. 상당히 많은 고객분들이 처음에는 행사가 있는지를 물어보시거나 왜 이런 의식을 하는지를 물어보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분들은 편하고 익숙해 지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를 하면 고객이 어색해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며 인사를 잘하면 고객분들은 곧 인사를 서로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지며 호텔이나 항공사처럼, 백화점도 인사를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끼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눈은 백화점들 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사라는 서비스에서의 차이를 금방 인식하실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백화점은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시행하였다는 점이 차별화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공감 매장 오픈 초기 내부 전경

 지금도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행동이 있다. 손님이 들어오시면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공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행차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이 들어오고 계신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인사를 한다는 느낌, 고객은 '나의 방문에 대해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 있구나'라는 무의식 중에 인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공감 매장에서 손님이 들어오실 때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공감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듣는 말이 들려 나를 쳐다보시곤 이내 웃으면 머리로 꾸벅 인사를 주시곤 한다. 관심에 대한 반응이라고나 할까?


 자기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싫어하실 분이 누가 있을까? 오늘도 매장 문을 열고 오시는 분들께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행차입니다"

 '내가 당신의 매장 입장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저와 우리 매장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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