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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5. 2024

베트남인들의 자기방어

잘못을 인정하기 보단 자기 주장이 옳다고 우기는 베트남 사람들

 점심시간대가 지나면 잠시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 다시 매장에 나가곤 한다. 방금 잠이 들었나 싶은데 고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돈치킨에 배달주문을 메시지로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전화를 주셨다 한다. 매장에 메시지를 보냈다. 패밀리 세트 하나와 불고기 돌솥비빔밥, 그리고 샐러드를 추가해서 배달하라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고객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돌솥비빔밥 추가로 주문한 것이 빠졌다는 것이다. 매장에 있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서 돌솥비빔밥 하나를 빨리 추가해서 보내드리라고 하고 나니 잠이 다 깨어 버렸다. “고객님과 통화를 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직원이 실수를 했네요”라고 말씀드렸고, 그 분도 “베트남 애들은 왜 그럴까요?” 라며 웃으며 끊으신다. 

 매장으로 나갔다. 매니저에게 분명히 세트에 비빔밥 추가하라 했는데 왜 또 빠뜨렸냐고 물었다. 기대했던 사과의 답변 대신에 황당한 대변이 날라왔다. 패밀리 세트 안에 돌솥비빔밥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객이 두 개나 시킬 리도 없고, 두 개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내가 메시지를 잘못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소리도 지르고 난리를 쳤겠지만 이젠 무뎌졌을까? 너무 황당해서 힘이 빠져 버렸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주문은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고, 이상하면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하자, 그제서야 “그건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마지막에 '그래도 자기 생각은 틀린 것 같지는 않다'고 한다. 

 

 우리 매장 직원들이나 공사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 어떤 지시를 했을 때, 내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수도 없이 발생했고, 그것을 지적하면 자기 생각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인테리어 공사시 LED 전등을 한 줄에 5개씩 설치하라고 지시했는데 나중에 와서 보니 4개씩밖에 설치를 안 되어 있었다. 왜 지시한대로 설치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자기 생각에는 5개면 너무 밝을 것 같아 4개씩만 설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4개면 충분하다며 헤헤 웃는 모습을 볼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공감 매장의 오픈 시간은 8시다. 하루는 직원이 늦게 출근을 했길래 혼을 내려 “왜 늦었냐?”고 묻자 오늘은 월요일이라 아침에 손님이 없을 거라 늦게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잘못을 절대 시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거나, 진짜 자기 생각에 따라 멋대로 행동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바뀔 국민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드시 고쳐야 할 자세이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에게는 잘못한 일에 대해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 주고, 반드시 고객이나 지시한 상사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같은 직원에게서 특히 믿고 있던 직원에게서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진정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속으로 속상해 하고 내 스트레스에 지치지 않기로 했다. 

 

 “베트남 애들은 왜 그럴까요?”라고 하신 고객님 생각이 난다. 그 분이 하루는 매장에 오셔서 자기도 건설 현장에서, 현재 생활 속에서 이런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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