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약속 시간은 일종의 희망 시간의 표시일 뿐
베트남에서 고위 공무원 또는 외국인과의 미팅 약속이 아니라면 기대하지 말자.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매니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회계사가 1사 분기 세무신고와 관련해 매장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속으로 '별 문제는 없을 텐데... 그저 얼굴 보겠다고 오는 것이겠지?' 하면서도 회계사라는 말에 매장에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도 않고 메시지도 없다. 사실 매니저와 직원 한 명은 다른 곳에서 요리 교육을 받기로 해서 이동해야 하는데도 가지 못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도 받지도 않는다고 한다. 결국 그는 오지 않았고, 다음 날 내가 메시지를 보내고서야 어제 바빠서 못 왔다며 미안하다는 짧은 메시지만 돌아왔다.
몇 번이고 이런 일을 겪고 나서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전기나 에어컨에 문제가 생겨 사람을 부르면 하루 이틀을 미루는 건 보통이고, 그들이 잡은 시간에 맞춰 오는 것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인 친구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도 우리 매장공사를 하면서 처음 15일 공사기간이 계획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서도 마무리도 되지 않아 밍시 개점을 하였다. 꼬박 넉 달이 지나서야 계획했던 대로의 공사가 완료가 되었으니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간 약속 개념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원인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한 가지 사실은 자기들이 ‘바쁜 척’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미안한 생각도 없고 그저 늦게라도 와 준 것에 감사하라는 듯 웃는다.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마치 할 일이 없어 그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익숙해져야 현지화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을 바라는 것은 내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몇 군데 미팅 약속을 잡고 출장이나 이동을 하는 경우, 아예 중간에 여유 시간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식으로 30분, 한 시간 단위로 스케줄을 잡았다가 한 미팅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받게 될 쫓기는 느낌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 나름의 대안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