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일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다
내일부터 '알듯 말듯한 베트남 사람이야기'란 제목으로 브런치 스토리 연재를 하기로 했다. 베트남과 사람들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면서 처음을 회고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올 해가 베트남에 처음 발을 디딘 지 20년이 되는 해이고,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한 지도 15년이 되었다. 20년을 돌아보기 시작하니 참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굵직 굵직한 사건들에는 항상 베트남 사람들이 아닌,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더더욱 이상한 것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다.
항상 베트남 사람들과 업무와 일 그리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부딪히고 지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또 즐거워하고 함께 했었던 것 같은데, 실상은 '일대일 관계가 아닌 상하관계 또는 한 세대 후배들로만 느끼고 생활한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이 뒤따른다.
결국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그들과 직접 소통하고 이해하고 느끼지 못하고 항상 제삼자의 입장에서 또는 지시를 하는 자로서만 살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2~3년 주재원 생활을 하고 가는 것이라면야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최근 5년 동안은 적어도 직접 회사도 만들고 내 직원들을 챙기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같이 일하지 않는 매니저들, 직원들이 그저 스쳐 지나간 일시적 만남으로만 기억된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실 그때 그때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떨어져 1년, 2년을 넘게 떨어져 지내면서 이곳 베트남 사람들과 제일 가깝게 지냈는데... 지금 우리 매니저와 주방장도 내 딸처럼 나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데... 힘이 들고 무언가 필요할 때는 가족과 누나, 부모님 그리고 한국 지인분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고 연락을 한 것 같다.
결국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과는 부부가 아니라면 주고받는 사랑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지도 못하는데 알면 뭐 하겠어!?'라는 생각과 그러니 더 알려고 노력하고 소통해야지 라는 마음이 교차한다.
연재 시작을 계기로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과의 생활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브런치 북 : '알듯 말듯한 베트남 사람이야기' 내일부터 월/금 연재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