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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4. 2024

베트남 가라오케 안에서

배려가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장면

 오랜 손님이 다시 돌아오셨다. 45일간의 출장이지만, 그분을 또 뵙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형님은 그분이 오시길 고대하고 계셨나 보다. 오신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몇 번이고 날짜를 확인하더니, 어제는 한 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의아하기도 했다. 

 저녁식사에 반주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님이 형수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가겠다고. 그러더니 가라오케를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당신이 모두 내시겠다고. 순식간에 가라오케까지 가게 되었다. 형님 말씀이 이해가 간다. 오늘은 젊은 사람들 말고 마음 통하는 사람끼리 놀아보자고. 


 오늘은 내가 막내가 되었다. 선곡을 입력하는 것부터, 분위기를 맞춰 흥을 내는 것까지. 

 큰 형님이 선곡을 하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반주가 빠른 것인지 큰 형님은 가사를 따라가기에 바쁜 듯했다. 조금씩 후렴을 맞춰드리려고 여분의 마이크를 들려고 하자, 형님이 내 어깨를 툭 치더니 그냥 끝까지 혼자서 하실 수 있게 하자는 뜻을 입모양으로 보내주었다. 


 마이크를 뒷주머니에 꼽아 놓고 큰 형님의 노래를 들었다. 놀랐다. 정말 정말 놀랐다. 박자에 못 맞추는 듯, 가사를 따라 가기에 바쁘신 듯했지만, 모든 가사를 다 부르면서 마지막을 정확하게 맞춰 노래를 끝내시는 것이었다. 


 '아... 저게 연륜이구나'라는 생각이 급습했다. 아닌 듯 하지만 자기만의 노래를 아주 훌륭하게 부르시면서 즐기는 모습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좀 다르면 어때? 좀 틀리면 어때? 자기가 행복하고 즐기면 되는 것을!!

 

 형님의 작은 배려로 큰 형님의 멋진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다. 이후로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는 행동은 자제해야겠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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