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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3. 2024

작은 누나, 세상에서 제일 큰 누나

누나가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울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우리 미경이는 어떻게 그렇게 정호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시키지 않아도 몸을 씻겨주고 닦아주고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 것 같았다고.

 

 잊고 살았다. 내가 먼저 시작한 해외 주재원 파견을 시작으로 작은 자형의 해외 주재원 파견. 약 15년간을 가끔 한국에서 보게 되면 서로 건강히 잘 살고 있다는 것에 미소 짓고 믿고 안아주고 헤어지곤 했었다. 


 코로나 사태가 누나의 존재감을 그리고 사랑을 정말 크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사업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적자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전화 한 통화에 내 통장에는 거금이 입금되었다. 한국에 들어가기 위한 항공권이 누나의 도움으로 발급되었고, 사업에서 발생한 빚을 청산하겠다는 이야기에 나의 일보다도 더 걱정을 해주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누나가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단 한마디 말로. 


 얼마 전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환절기 몸살에 누워 있을 때 직접 전화가 왔다. "왜 혼자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니?" "너 혼자 그러고 있는 게 마음 아프다"라고. 그 전화 한 통화에 또 힘이 생겼다. 


 속으로 끙끙 앓던 서울 부동산 문제로 한 날 밤, '누나 항공권 만들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술김에 보낸 것이라, 생각은 있었지만 정말 보낸 사실은 다음 날 누나의 전화벨 소리를 듣고 나서이다. 그날은 속을 털어놓지 못했다. 미안하고 죄송해서. 

 다음 날 사정을 정리해 보내니 전화가 온다. 누나가 도와주고도 속이 상했다고. 그래도 "너를 도와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며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지를 물었다. 그 다음날 문제는 깨끗이 해결되었다. 


 둘째 누나여서 작은 누나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누나이다. 

 어떻게 이런 누나가 내 누나일까? 난,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많이 받고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지금도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마음과 행동부끄럽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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